매번 그래서 글쓰기가 더 힘들다
2016년 1월.
소설을 꾸준히 쓰겠노라 다짐하고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일주일에 세 편씩을 쓰며 승승장구했지만, 2년이 넘게 지난 지금 고작 39편까지밖에 못 썼다.
완결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허겁지겁 한 편을 겨우 올리고 나서 지난 회차와의 간격을 확인하고 나면, 뭐 이리 오래 걸렸나 싶어 맥이 탁 풀린다. "고작 워드 문서 11장 정도를 채우는 데 몇 주가 걸린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처음 시작할 때는 백수였고 지금은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 라고 스스로를 변명해보려 해도 간격이 너무 길다.
이유를 따져본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한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금방 치고 나오기 때문이다.
소설쓰기는 취미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 지금 우선해야 할 문제는 그게 아니지 않냐.
스스로를 다그치는 말이 떠오르는 거다.
한 편의 글을 써놓고 계속 고쳐쓰는 게 최선이라고 배웠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방법은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잘 맞는 방법이어서 몇 년간 그렇게 해왔다.
느릿하지만 한 편을 쓰더라도 썩 봐줄만한(물론 스스로의 기준이지만), 그런 글을 써왔다.
하지만 요즘은 통 그러질 못한다.
써놓은 한 편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연구하고 다듬으려면 그 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뭔가에 집중하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다른 생각이 끼어든다.
그 상태에서 원래 고치려던 글을 계속 들여다 보면, 처음 하고 싶었던 이야기 위에 자꾸 살이 붙는다.
그러다 보면 결국 덩치만 커진 채 미완성으로 끝나거나, 오히려 처음보다 저질의 글이 되기 십상이다.
차선책으로 배웠던 게 다작(多作)이다.
틈이 날 때마다 이것저것 메모하고 써뒀다가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겠다 싶을 때 마음잡고 쓰려 해봤다.
하지만, 글 한 편은 고사하고 메모 한 페이지를 채 완성하기도 전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라버린다.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아 다시 메모장의 다른 페이지를 펼치게 되고, 그 사이에 원래 쓰려던 메모의 맥은 놓쳐버리고 만다.
처음 떠올린 핵심은 적혀 있지만, 그걸 뒷받침할 문맥의 소재가 부족한 상태로 남아버린다.
생각 때문에 생각이 완성되지 못하는, 가혹한 아이러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이 많다는 걸 기본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한 가지를 봐도 열 가지를 떠올릴 수 있는, 일종의 '능력'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뭔가에 집중해서 쓰고 싶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단 한 줄 쓰기도 힘들어진다는데, 아직 젊은 축에 속하는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힘겹게 글을 써야할까.
매거진 제목을 정할 때부터 달고 살았던 고민.
잊을 수 있을 것 같으면 한 번씩 찾아오는 끝나지 않는 고민이, 오늘은 유독 무겁다.
다른 때보다 좀 더,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