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글을 쓰는 놈팽이의 두서 없고 맥락 없는 넋두리
어려울 것 같았지만 일단 목표로 삼고자 했던 그것은 생각보다 썩 괜찮게 지켜지고 있다.
물론, 종종 일주일에 두 번 혹은 세 번씩 술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의식적으로 다음 한 주를 그냥 넘기거나, 그 다음 한 주를 최대한 참는 식으로 맞춘다.
어차피 스스로와의 약속에 불과한 일이라고 하지만, 나라는 인간에게는 그 방식이 꽤 잘 먹히는 듯하다.
그렇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쉽게, 스스로의 기준을 맞춰가고 있다.
그래, 그건 어떻게든 맞춰간다 치자.
다만 문제는…
일주일에 한 번 술을 마시는 바로 그 날이다.
그 하루가 올 때면 나는,
겉으로 내비쳤던 가면을 벗어버릴 때까지 술을 마시곤 한다.
그렇게 되기 전에 술자리가 파해버리면,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 또 술을 사곤 한다.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당연히.
오늘이 아니면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보상심리 때문일까?
… 아니, 솔직히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스스로도 안다.
일주일에 한 번이니까? 글쎄.
스스로의 합리화에 성공하는 날이면 두 번이건 세 번이건 개의치 않은 적이 분명 있다.
설령 단 한 번의 예외라 할지라도, 그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냉정하게 말하면 결국 나는, 알코올의 달콤한 유혹을 견디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냥 그뿐이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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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그래, 정확히 언제인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대략 '어렸다'는 표현이 어울리던 그 시절.
나는 "글 쓰는 삶을 살겠다" 이야기했고, 어머니는 걱정을 하셨다.
골방에 틀어박혀서 매일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그러는 거 아냐?
그 당시에는 부정하지 못했다.
그 당시 글쟁이에 대한 이미지는 그랬으니까.
시간이 좀 더 지난 뒤,
보란 듯이 그 말이 틀리지 않았느냐 말하곤 했다.
비록 글로 돈을 벌고 있다 말하기엔 좀 부족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있지 않느냐.
담배도 끊었고, 술도 적당히 마시며 살고 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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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때에 따라 두 번이 되기도, 세 번이 되기도 하는 그런 날.
며칠씩 비워뒀던 이 공간에 뭐라도 써야겠다는 강박을 이겨내지 못한다.
이대로 계속되는 침묵이, 곧 내 자신의 침묵을 의미하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알코올에 일부를 내어준, 온전히 내 것이 아닌 뇌를 움직여 글자를 뱉는다.
한 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또 다시 술을 찾게 된다.
한 잔이라도 더 마시면,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 공간에 한 마디라도 보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건,
여전히 술이 들어갔을 때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더 쉽게 뱉어내는 천성을 가졌다는 뜻이고,
얼큰한 취기가 올라왔을 때 뱉은 그 단어와 문장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감성을 가졌다는 뜻이다.
… 무엇보다… 그때 어머니가 했던 그 걱정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했다는 뜻일 것이다.
취기가 없을 때라면 인정하지 않았겠지만… 그게 엄연한 현실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런 식의 자기 합리화로 보내야 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저 한 가지 품고 있는 희망이라면,
언제가 됐건 술의 힘 없이 글을 이어갈 수 있게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
누구에게도 납득할 만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살아온 시간을 바라보면 그런 믿음이 싹튼다.
여전히 막연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랄까.
하지만 어찌됐건… 희망을 놓지는 않는다.
그때가 되면,
그 날이 오면,
술에 취해 지껄인 오늘 이 단어들이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또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를.
부디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