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로 May 09. 2018

선을 긋습니다

지킬 자신은 없지만… 지키려 애써야만 하는.

일주일에 한 번. 그 정도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딱 한 마디 인사. 그 정도면 욕심은 아닐 거라 여겼습니다.


그 짧은 인사조차 몇 마디씩 더 얹어주던 고맙고도 설렜던 장. 그 답 돌아오지 않았던 어느 날,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괜찮은 건지, 욕심이 아닌 건지,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 그러고 보니 퍼뜩 겁이 났습니다. 그동안의 한 마디들이 오히려 부담을 주는, 불편하게 하는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요.


불안해한들 미안해한들, 혹은 못내 마음에 걸려한들, 이미 뱉어놓은 말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그저 바라건대, 내 이기심만 가득했던 그 한 마디가 그다지 큰 부담이 아니었기를. 오랜 불편함이 아니었기를. 며칠 자고 나면 바쁜 일상 속에 금방 잊혀질 일들이었기를. … 그것조차 이기적인 바람임을 알지만… 부디 그렇기를.



진심을 다하면 반드시 통한다는, 어디선가 줄곧 주워들었던 말을 제멋대로 믿어버렸습니다. 어리석게도. 때로는 당당할 수 없는, 당당해서는 안 되는 진심도 있다는 걸 제멋대로 잊어버렸습니다. 미련하게도.


애써 모른척하고 있던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부담스러울지도 모를 이기적인 짓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아직 다 버리지 못한 내 안의 부스러기들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비워내야할 겁니다. 파편을 긁어내는 동안의 아픔은 달게 견뎌야 할 겁니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현실을 외면하려 했던 아집에 대한 벌이라 생각하며.



오늘 아침.


그 환한 미소를 보며 나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어보였습니다. 숨겨 넣어둔 말을 대신할 농담 몇 마디만 꺼내놓았습니다. 뒤늦게 아쉬움이 남지만, 잘했다 싶습니다.


어느새 밤.


세찬 바람이 불던 어느 초겨울 저녁, 내게 들어보라며 추천해줬던 노래를 찾아 틀어놓습니다. 잠가둔 마음 속 말들이 저마다 요란하게 들썩이지만, 꾹 눌러 선 하나를 길게- 긋습니다.




여기까지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