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갈림길,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겠습니다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연(緣)이 아니었던 것을.
한 사람의 생에는 수많은 착각이 함께 하게 마련이라죠.
어쩌면,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희망고문이었던 것을 인연일지도 모른다 착각하며 살아왔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가끔 생각해요.
차라리 처음부터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달라졌을까요?
끝내 닿을 수 없다는 걸 조금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이토록 미련한 기다림은 하지 않았을까요?
네,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그 미련함 가운데서도 많은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지나고 스쳤던 모든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한 편의 인생극장처럼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말을 현실로 겪어본 뒤 다시금 선택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려고 펜을 든 게 아니거든요.
여지를 준 거라고, 희망을 보여준 거라고,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믿었던 건 온전히 내 선택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결과를 감당하는 것 또한 내 몫이겠죠.
떫은 원망을 피워 올릴 시간을 아까워할 겁니다. 보다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스스로 그렇게 믿는 일을 해나갈 겁니다.
결국 아릿한 상처만 남기고 끝났지만, 고마웠다는 말을 전합니다.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을 내게 주셨으니, 이젠 지나온 갈림길에 미련을 두지 않겠습니다. 살면서 지나온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로만 기억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려고… 애써보겠습니다.
… 한 번으로는 성에 차지 않네요. 어차피 들어야 할 이는 볼 수 없는 공간. 그러니 온 마음을 아끼지 않고 털어내렵니다.
정말, 정말, 고마웠습니다. …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