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없이도 잘 읽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걸까?
텍스트만으로는 안 되는 걸까?
나는 이미지에 유독 약하다. 사진을 잘 찍는 편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한다. 즉, 내가 직접 시각적인 콘텐츠를 생산할 능력이 안 된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이미지가 필요할 땐 대부분 구글 검색을 하거나 다른 콘텐츠에서 캡처한 것을 쓰곤 한다.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늘 한다. 출처는 꼭 밝히려 하는 편이지만, 그게 만능일 리는 없다. 어쨌거나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것이 아니고, 그건 결국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가져오는 셈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출처 밝혔으니 됐지'라는 무책임함을 유발하기도 하고.
저작권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검토를 거친다. 출처 명시는 기본, 그것이 익히 돌아다니는 패러디물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창작물인지도 따져본다. 그런 다음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곳이 '영리 목적'인지, 그것이 이미지 제작자에게 어떤 손실이 되지는 않을 것인지도 나름 고민해본다.
다행히(?) 그냥 삶의 단상을 휘갈기는 글에 쓰곤 하는 것이라 대부분이 비영리 목적이긴 하다. 그렇다 한들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저작권에 관한 내 지식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쓴 글인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겉으로 봤을 때, 이미지가 있는 글과 없는 글은 가독성 면에서 확 차이가 난다. 아무리 문단구성이 깔끔하게 잘 됐다 하더라도, 이미지 없이 텍스트만 죽죽 나열된 글이 일정 분량을 넘어가면, 때때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텍스트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면서도 말이다.
다만, '겉으로 봤을 때'라는 부분에 맹점이 있다. 첫진입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읽기를 시작하고 흐름을 타고 나면 텍스트는 비로소 힘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단어와 관용어 등 표현 일체가 얼마나 알기 쉽게 사용됐는지, 문장의 주어와 술어가 복잡하게 꼬여 있지는 않은지, 단락과 분량은 적절하게 나눠졌는지 등등 글의 가독성을 논할 수 있는 요소는 꽤 많다. 이 모든 것들에서 합격점을 받은 텍스트는 읽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흡입력을 뽐낸다. 분량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도 말이다.
이 경지에 이른다면, 꼭 이미지가 없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수도 없이 한다. 물 흐르듯 구성된 명문장에서는 오히려 이미지가 텍스트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글을 쓰는 이라면 분명, 호흡과 완급을 조절하며 썼을 게다. 적당히 한 호흡 쉬어갈 만하다 싶은 부분에 밋밋한 여백 대신 이미지를 넣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애초에 사람마다 '읽기의 호흡'은 다를 수도 있기에, 그건 백전백승의 기술(Skill)이라 할 수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는 하지만, 글을 쓰는 본질은 아름다운 겉보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멀리서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닌, 가까이 다가가 글자와 단어, 문맥이 만들어내는 조화(Harmony)를 들여다보는 것. 그로 인해 읽는 사람의 고유한 상상력을 자극함에 있음이다.
스스로 이미지를 생산하지 못하기에, 나는 그간 브런치에 썼던 많은 글에서 이미지를 최소화하고자 해왔다. 매번 어디선가 봤던 재밌는 '짤방'이라도 하나쯤 넣고 싶은 욕구와 싸운 일만 해도 부지기수다. 그걸 보는 독자가 나와 같은 유머코드를 갖고 함께 웃어주리라는 보장도 없으면서 오기를 부리는 셈이다.
진짜배기 글쟁이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과 달리, 여전히 글의 맛보다는 외관에 휩쓸리는 스스로에게 씁쓸함을 느낀다.
하아...... 여전히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