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결론은... 일단 보류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금은 특별한 감흥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오늘밤 종소리가 울릴 때쯤이 되면 뭐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비록 스스로 빚은 게 아닌, 누군가 밀어넣어준 기분일지라도 말이죠.
여기저기서 안부 문자가 옵니다.
몇 주만에, 몇 달만에, 이따금씩 몇 년만에 오는 연락도 있습니다. 진짜 '내 안부'를 묻는 인사도 있지만, 쓱 봐도 '복붙'인 것들도 있습니다.
하나, 둘, 셋...... 잡생각을 시작합니다.
고마운 문자들에 기꺼이 답을 한 뒤. 시계의 긴 바늘이 한 칸을 움직이기도 전에 한 가지 고민을 꺼내봅니다. 여러 사람에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보냈을 똑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요.
하나의 자아가 먼저 말을 합니다.
"컴퓨터는 ctrĺ 누른 채로 c, v만 누르면 끝인데, 스마트폰은 그것보단 정성(?)이 들어가잖아? 그리고, 많은 사람들 중에 어쨌거나 날 떠올려 준 거니까 당연히 고마워해야 맞는 거지!"
다른 자아가 받아칩니다.
"일방적으로 떠올리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툭 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전화 걸어서 자기 용건만 전하고 끊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안부 문자도 똑같은 거야. 짧게라도 '대화'가 이뤄져야 의미가 있는 거라고!"
수많은 자아들이 각자의 의견을 꺼내며 머릿속이 시끌벅적해집니다. 비슷한 견해를 가진 이들끼리 모여 편을 가른 뒤에도, 떠들썩한 건 여전합니다.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기억하기로, 최근 몇 년 간 양쪽을 갈팡질팡하며 살았었거든요. 형식적인, 똑같은 내용의 안부문자를 보내며 산 적도 있었고, 이건 아니다 싶어 사람마다 '대화'로 인사를 전하다가 제풀에 지쳐버린 적도 있었죠. 그래서 올해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나 봅니다.
휴...... 피곤해지네요.
일단 밥부터 먹고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