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걸 알아도, 들어가고 마는 그곳
문득 뭔가 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 '감정의 방'을 찾아간다.
마음속 굳게 잠가뒀던,
비밀의 방.
무언가를 피워낼 수 있는 '씨앗'을 찾기 위해.
피워낸 것 안에 담을 '알맹이'를 찾기 위해.
솔직히, 위험한 일이다.
감정의 방은… 무척 혼란스러운 곳.
그곳을 향하는 건,
한 편의 모험과 같은 일이다.
그곳에는 규칙도 없고, 체계도 없다.
들어온 이가 누구인지 가리지도 않는다.
때로는 무신경하게 내버려두기도 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위협하기도 한다.
어두컴컴한 미로 같기도,
기록으로 빼곡한 도서관 같기도 한 곳.
매번 길을 헤매게 되면서,
일일이 손으로 더듬어가면서,
감정의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어떤 날은 금세 쓸만한 녀석을 찾아낸다.
또 어떤 날은 한참 동안을 들쑤셔야만 한다.
가끔 운 좋게도,
먼저 스르륵 다가오는 녀석도 있다.
불현듯 건드린 게
무척 위험한 녀석일 때도 있다.
꼭꼭 묻어놨다고 생각했던
우울함의 손길 같은.
그런 녀석을 건드린 날이면,
순식간에 마음의 통제권을 빼앗기고 만다.
멀쩡하다가도 울컥하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비관(悲觀)과 절망에 젖기도 한다.
한 번 치고 들어온 녀석은
때에 따라서는 한나절을 머무르기도,
며칠 동안 뭉그적거리기도 한다.
정말이지 변덕스러운 '폭군'이다.
.
.
.
모험의 기억이 쌓일수록,
문 앞에 섰을 때의 망설임도 커진다.
'그냥 그대로 가만히 둬!'
'닫힌 방문을 건드리지 마!'
'그러면 늘 그래 왔듯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어.'
속삭이듯 메아리치는 환청(幻聽).
하지만,
짧은 고민의 결과는 늘 같다.
마음을 쥐고 흔들던 괴물에 대한 기억도,
그보다 더할지도 모를
미지의 감정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이러다 언젠가는,
발을 헛디뎌 아득한 어딘가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늘 같은 선택을 하고 만다.
또다시 손잡이를 돌린다.
문을 열어젖히고, 위태로운 모험을 떠난다.
.
.
.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공간.
그것은 곧 나의 심연, 나의 우주.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았을 때의 기쁨이 좋다.
그걸 밖으로 끄집어낼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늘 같은 선택을 하고 마는 걸지도.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다는 걸,
남은 모든 시간 동안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걸,
이젠 인정할 때도 됐건만…
아직도 잘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