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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Mar 17. 2019

이른 아침, 덜 깬 도시

누군가에게는 일상(日常), 나에게는 이상(異常)

이른 아침.

잠에서 덜 깬 도시를 바라보는 걸 즐깁니다.

언제부터 그랬던 건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요.


이른 시간의 도시는… 비유하자면 뭐랄까.

아침 알람 소리에 게슴츠레 눈을 뜨고,

기지개만 겨우 켠 채 누워있는 사람과 같달까요.

그건 바꿔 말하면,

딱히 별 볼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또한 바라보기 나름입니다.

본래 '눈'은 참 종잡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거든요.


최근 다녀왔던 대구 시내의 어딘가.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것들도,

괜스레 멈춰 서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것.

보다 넉넉한 시선으로 구석구석까지 보게 되는 것.

이른 아침이기에 가능한 마법인지도 모릅니다.


잠들어 있는 가게들의 유리 너머 내부를 들여다봅니다.

어떤 가게는 자리가 참 편안해 보입니다.

또 어떤 가게는 벽 장식이 인상적이죠.

사이를 가로막는 유리 한 장조차 없는,

아침을 함께 맞는 야외 공간도 좋은 볼거리일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이른 아침이기에 부릴 수 있는 여유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으니 딱히 이상하게 볼 이도 없죠.

한창 북적일 때의 가게를 들여다보기란 영 쉽지 않은 법.

그럴 땐 아무리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도 마음껏 감상하기 어렵습니다.

직 많은 것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만 가능한 일이죠.


다소 투박한 느낌이 들어도, 왠지 좋은 모습.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곳.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곳.

그건 어느 도시의 어떤 곳이든 변함없는 공식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는 세상.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은 것이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간판에 적힌 낱말과 낱말의 만남 하나라도.

혹은 벽을 이룬 돌 하나, 창을 채운 유리 한 장이라도.

무엇이라도 하나 낯섦과 새로움이 있는 법이죠.


그러고 보면,

나의 일상에서 당연하게 지나치곤 했던 것들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을 느끼는 발견이었을지도.


인적 드문 '덜 깬 도시'를 즐기게 된 이유란,

결국 '나에게 새로운 발견'이었을지도.


어느 집 돌담에 드리운 붉은빛을 바라보며,

그 선 자리 위에 드리운 푸른 하늘을 올려보며,

여전히 차가운 아침 공기를 곱씹어봅니다.


낱말의 조합은 그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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