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길을 잃었습니다.
다시 또, 흔들립니다.
벌써 몇 번째 길을 잃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발 딛는 곳마다 흔들리는 건지,
흔들리는 곳에만 이끌리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느 쪽이든 가혹하긴 매한가지지만.
무엇이든 붙잡고 묻고 싶습니다.
내 앞에 놓인 길은 어찌 이리 짓궂게 일렁이는지.
중심을 잡고 쉬엄쉬엄 나아갈 여유를 바랐건만,
그것이 그리 과한 욕심이었는지.
흔들리고 또 흔들려,
익숙해질 정도가 되면 좀 괜찮아질까요.
아니… 과연 이 흔들림에,
익숙해질 수는 있는 걸까요.
두 발 딛고 선 이 땅은, 쉼 없이 돌고 도는 곳.
오래 전 배웠던, 이젠 머리로만 알고 있는 이야기.
정작 몸으로는 느낄 수 없는 거대한 움직임.
끝없이 돌고 있다 하는 이 땅에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돌고 도는 땅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버틴다면,
오히려 그것이 무모한 일이겠지요.
그렇다면 그저, 좀 더 예민한 성정을 타고난 덕분에,
당연한 흔들림조차 한결 크게 느낄 뿐일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삶.
그를 따라 흔들리는 마음.
때때로 크게 휘청이기도,
그러다 가끔은 넘어지기도 하는 것.
누구에게든 예외없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
마냥 이대로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기우뚱거리는 중심을 다잡습니다.
여전히 격하게 흔들리는 펜 끝을 움직여,
이 시간의 생각, 느낌, 모든 걸 기록합니다.
많은 밤낮이 지난 어느 날 다시 보면,
이 또한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질 날이 올 거라,
믿어봅니다.
지금까지의 적지 않은 흔들림들이,
지나고 보면 그러했던 것처럼.
잠깐의 여유조차 허락치 않는 흔들림.
그와 함께 와 머물고 있는 옅은 두통을 달래며,
커튼을 치고 불을 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