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2년, 가장 빛났던 시절을 함께 해준 도시에게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았다면, 그 뒷모습은 분명 아름다웠을 겁니다.
어쩌면… 그 '때'를 분명히 알기가 쉽지 않기에, 그 '뒷모습'이라는 게 한층 아름다울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랬습니다.
여기서 멈추고 가야하는 걸까?
그렇다면 언제 가야하는 걸까?
떠올린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습관처럼 읊조리곤 했던 시처럼,
툭하면 내뱉곤 했던 말처럼,
습관처럼 쉽게 내뱉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내 선택은 '보다 더 잘 살아보기 위해서'였건만…
그 결과는 기대했던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더 괜찮게 살아보려던 선택으로 인해 더 힘겨워지곤 했었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 선택들은 정말 잘 살기 위한 것이었을까?
내가 원했던 '잘 사는 것'이라는 게 대체 무엇이었을까?
잊어버렸든, 원래 흐릿했던 것이든,
곧장 답할 수 없다면… 난 무엇을 위해 살고 있었던 걸까?
후회는 쉽습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며,
씁쓸한 웃음을 안주 삼아 술잔을 털어내곤 했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살다 보면 누구나 하게 마련인,
아주 흔하고도 공허한 뉘우침.
그렇습니다. 나는 실패했습니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그리고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단 한 마디만 인정하더라도, 지금껏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만 같아 더 어려웠습니다.
밀어내고 외면하며 보낸 시간이, 쌓아온 시간만큼이나 크게 느껴지던 어느 날…
드디어, 결심을 굳혔습니다.
'실패'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안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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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준비를 합니다.
하나하나 되새기다보면 더 큰 미련에 발목잡힐 것 같아, 급하게 채비를 합니다.
다만 떠나는 이 길, '정들었던 곳'이라는 꾸밈의 말 한 마디를 남겨두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얄궂은 시간을 헤쳐나가다 보면 언제고 다시 돌아오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일.
지금은 실패로 얼룩졌음을 인정하고 돌아서지만,
'완전한 안녕'이 아닌 '한 발 물러섦'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설령 돌아오지 못하게 되더라도,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는, 이 곳에서 보낸 시간들을 "그때가 좋았지."라는 회상 속 '좋았던 그때'로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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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습니다.
내 가장 빛났던 시절을 함께 해준 도시여.
당장은 마음이 씁쓸하고 저려오는 탓에, 밝게 웃는 표정을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고마웠고 즐거웠다는 건 참으로 진심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가는 도시를 바라봅니다.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을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언제가 될지.
아무 것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멀어지는 거리만큼 아쉬움이 켜켜이 쌓여갑니다.
끝내 더 바라보기가 어려워지는 그 순간… 눈가를 가리며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