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리지?
사는 게 정말 쉽지 않네.
답답하다, 정말.
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입버릇처럼 떠올리거나 중얼거리게 되는 말도 있죠.
대표적인 게 이런 거. (출처 : 네이버 웹툰 <탈 (TAL)>)
그래서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백수화(?)로 인해 멘탈이 상습적으로 가출했다 돌아오길 반복하던 어느 날.
사주(四柱)라도 보러 가야 하나… 싶었던 이유.
그리고 마침 그때, 친한 동생으로부터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형, 혹시 사주 같은 거 한 번 보면 어때?
관심 있으면 나 아는 분 소개해 줄게.
뭘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이 전개…
관심? 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이.
개인적으로 흥미도 있고, 대학 시절에는 교양 수업으로 들은 적도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때 신청한 강의명은 '한의학의 이해'였던 거 같은데…?)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
이 네 가지를 가리켜 '사주', 다른 말로 네 개의 기둥이라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기둥은 두 개씩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기에, 여덟 개의 글자 즉, 팔자(八字)라 하죠.
OO년, OO월, OO일, OO시 - 보통 이렇게 읽곤 하죠.
한 번이라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전혀 낯선 글자들은 아닙니다.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이 가끔 있어서 그렇지…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거든요.
(대표적으로 무(戊)랑 술(戌)… 너네 종종 헷갈린다… ㅇㅇ)
다른 건 몰라도 '갑(甲)'과 '을(乙)'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구나 가슴에 갑질 한 번쯤은 있는 거잖아요?)
제 경우엔 어린 시절 모 애니메이션 때문에 12간지를 달달 외우다시피 하며 자랐습니다.
네, 그 '모 애니메이션'의 정체! …… 피식 웃으신 거 다 압니다. (출처 : cyberi님 블로그)
10글자의 천간(天干)과 12글자의 지지(地支)로 만들어지는 총 60개의 갑자(甲子).
(10 x 12 = 120이지만, 갑자는 무조건 천간→지지 순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총 갯수는 반토막!)
그 중 개인의 생년월일시에 따라 부여되는 4개의 갑자가 바로 사주입니다.
사주를 이루는 각 글자들은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라 분류돼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적으로, 혹은 조합에 따른 의미를 지니게 되죠.
(2019년 올해를 '황금돼지의 해'라고 부르는 것도 그 한 예)
여기에 담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게, 흔히 말하는 사주풀이입니다.
파고들다 보면 은근 재밌습니다. (원본 이미지 출처 : https://www.kinesiologyconcepts.com/)
헥헥… 복습하는 개념으로 아는 척 좀 했더니 힘드네요.
실제 사주풀이는 명리학(命理學)이라는 학문에 근거해 이루어집니다.
기나긴 역사를 갖고 있는 데다가 상당히 어려운 전문 영역이죠.
(제 사주를 봐주신 분은 '수백 수천 년간 쌓여온 빅데이터'라고 하시더군요. ㅎㅎ)
그런 고로, 비전문가의 겉핥기식 설명질(?)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제 사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Here we go~!
음양(陰陽) 분류에 의하면 제 사주는 음과 양, 두 가지를 거의 비슷하게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조화(調和)가 좋은 사주라더군요.
부모님께 압도적 감사!
예를 들면, '신중한 성격 같으면서도 이따금씩 돌발행동을 하기도 하고.
문제를 일으킬 때도 꽤 있지만 스스로 수습하곤 한다'라는 해석입니다.
(역시… 타고난 돌+I 기질…)
쉬운 말로 하자면, '약삭빠른 타입'이라고 하시더군요.
(실제로는 '좀 약았다'라고 하심 ㅋㅋ)
양 쪽이 강하면 '발산(發散)'하는 기질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성향이 두드러지지는 건 장점.
다만, 그만큼 사고에 노출되거나 말로 인한 실수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는 건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네요.
반면, 음 쪽이 강하면 '수렴(收斂)'의 성향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신중함이나 묵직함, 믿음직스러움과 같은 덕목이 장점으로 나타난다죠.
반대로,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만큼 생각, 자아 비판 등에 과하게 잠기는 걸 경계해야 한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나타나면 장점이 강해지는 만큼 단점도 커집니다.
조화가 좋은 경우엔 단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장점을 발휘하기 유리하다고 하네요.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 '장점 포텐셜 터지기는 어렵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무엇이든 '그림자'는 있는 거라고 이해하면 되겠죠?
불, 물, 나무, 금속, 땅.
다섯 종류의 기운을 말하는 오행(五行)에 따르면, 저는 '큰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답니다.
큰 불은 흔히 '태양'으로 비유한다고 하는데요.
본래 의미인지 해석으로 부여한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큰 불의 기운으로 인해 나타나는 성향은 대략 이렇습니다.
1. 자신을 태워 빛을 내뿜는 '희생정신'이 있으며, '대의'에 관심이 있음.
("길 가다가 기부 단체 같은 거 잘 잡히는 타입이시죠?" …뜨끔…)
2. 불의 성향을 가진 이는 기본적으로는 예의가 바른 편.
(단, 큰 불의 경우 '작은 불'에 비해 덜함.)
3.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예의를 지키지만, 한 번 건드리면 '끝장' 느낌으로 달려듦.
('건드리기만 해. 싹 다 태워버린다?'라고 표현하셨습니다. ㅋㅋ 재밌음.)
4. 끊임없는 에너지를 갖고 있음. 소위 '멘탈 갑'의 기질이 강함.
(멘탈이 깨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회복이 빠른 편이라는군요. 그런가? 잘 모르겠…)
뭐, 대강 이 정도입니다.
사실 그리 특별할 건 없는 내용들입니다.
'큰 불'을 타고난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특성들 같습니다.
다만, 다른 글자와 함께 본 뒤의 해석이니 어느 정도는 '고유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12지에서 상징하는 동물은 '쥐(子)'라고 합니다.
쥐가 왜 12지 중 첫 번째인지에 대해서는, 부지런한 동물인 소가 가장 먼저 갈 거라 예상해, 소의 머리 위에 타고 가다가 뛰어내려서 1등을 했다는 설화가 알려져 있죠.
십이지는 영어로 Twelve Earthly Branches. (영어 표현이 있다는 게 싱기방기)
제 경우, 붉은 색을 상징하는 큰 불과 만난 '붉은 쥐의 사주'라고 해석하시더군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1. 보여주는 것과 실제 갖고 있는 것에 괴리가 있음.
(쥐구멍의 입구는 작지만 그 뒤의 공간은 큰 것처럼.)
2. 생각하는 것과 행동&습관에 괴리가 나타나기 쉬움.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
3. 불을 떠받치는 기둥의 받침 부분이 상극인 물. 따라서 불안정함.
'인생에서의 길'을 자주 잃어버리는 편이고, 흔들리거나 충돌할 때가 많음.
단, 흔들림이나 충돌은 반대로 '기회'를 상징하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
큰 불의 기운으로 에너지는 끊임없이 보충되므로, 좌절하지 않으면 많은 기회를 만나게 될 것.
4. 제 몫은 야무지게 챙기는 편이지만, '베풂'이 부족하기 쉬우니 주위에 신경을 쓸 것.
("자산을 모으는 일 외에는 좀 더 '불의 기운(희생정신)'에 충실하는 게 좋다"라고 하시더군요.)
5. 십이지의 쥐는 '물'의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불의 기운을 상쇄시킬 수 있음.
(특히 '관운', 즉 직장에서 나타나기 쉽다는 해석… 회사 문제가 자꾸 꼬이는 입장에서 솔깃한 이야기.)
6. '도화살'이 있는 동물.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님. 다만, 쥐의 도화살은 음흉한 면이 있는 점을 주의.
예를 들면, 성적인 부분에 대한 선호도라든가… (예? 아니, 저기여… 슨상님?)
7. 도화살로 인해 예술적인 기질도 있는 편. 충동성이 발동하기도 쉽고, 금세 꺼지기도 쉬움.
(일명 '충동과 현타의 반복'이라고… ㅋㅋㅋ)
한참 듣다가 "이쯤 되면 사주 보러 온 건지 면전 디스(?) 당하러 온 건지 헷갈리네요."라고 농담을 던졌더니 "다들 그래요."라고 쿨하게 받아주시더군요.
보통 사주는 뭔가 잘 안 풀릴 때 보러 오시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마련이라네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뭐지, 이 복잡미묘한 기분.
아 참, 음양의 조화처럼 오행에서도 조화 정도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火 2개, 土 1개, 金 2개, 水 1개, 木 2개로 여기서도 조화는 잘 돼 있는 편이라고 하네요.
다시 한 번 부모님께 압도적 감사!
약 두 시간 반을 조금 넘는 사주풀이 타임(?)이 끝나갈 무렵.
운명(運命)의 '운' 자는 '옮길 운'이에요.
운동이나 운반, 운송 등에 쓰는 거랑 같은 글자죠.
그러니까 운명이라는 말은, '목숨을 옮기다',
즉 '삶을 만들어가다'라는 뜻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타고난 운을 잘 활용하셔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들었던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떠벌립니다.
마침 엄마도 사주풀이에 관심이 많으신 편이었고, 이따금씩 철학관을 찾아가기도 하신다더군요.
쫑알쫑알 거의 두 시간 가까이를 떠들었습니다.
통화하며 걷느라 주위를 잘 살펴야 하니, 아무래도 걸음이 다소 느려지더군요.
결국 집까지 한 시간 반 동안 걸어왔다는……
물론, 그래도 좋았습니다.
천천히 걷기도, 수다 떨기도 참 좋았던,
사주팔자 꽃 피운 밤.
■ 사주와 관련된 흔한 오해
(아래 내용은 제 사주를 봐주신 분의 설명에 근거해, 제 나름대로 재구성해본 것입니다.)
1.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
연월일시 네 개의 기둥 중 연(年)은 조상/가문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월은 부모, 일은 자기자신, 시는 자식을 상징한다고.)
과거 조선시대에는 혼인을 앞두고 신랑, 신부가 마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또한, 개인끼리의 만남이라기 보다는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라는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연 사주에 보다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단, 이는 나머지 세 개의 기둥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어차피 혼인 전 궁합을 본다면 사주는 미리 받아서 볼 수 있으니까요.
즉, 다른 요소들도 충분히 고려하되, 만약 비슷한 조건의 사주가 있다면 다른 것보다 연 부분을 좀 더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2. '아홉 수'의 정체는?
각자 나이대에 따라 주위에서 '아홉 수에 들어간' 지인들을 종종 보실 겁니다.
제 경우엔 스물 아홉에 접어든 동생/후배들이 있죠.
하지만 아홉 수라는 건 무조건 끝자리가 '9'일 때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사주풀이에 따르면 개인에게는 10년을 주기로 순환하는 '대운수(大運數)'라는 게 있답니다.
('만세력'에 사주별 대운수가 나와있다는군요.)
제 경우에는 대운수가 '5'로 나왔습니다.
즉, 끝자리가 5 바로 앞인 '4'일 때가 아홉 수라는 겁니다.
이 이상은 학문적으로 복잡한 이야기가 되니, '아홉 수 = 9는 아니다!' 라는 것만 알아두시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 본문 중 인용된 해석 멘트들은 사주풀이 과정에서 제가 메모한 것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본 글은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해 쓴 글입니다.
* 사주풀이에 대한 믿음은 개인의 가치관에 달린 문제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