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흐르는 강물을 보았습니다.
물가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그 감각을 좀 더 생생히 느끼고 싶어,
물 속에 발을 담갔습니다.
천천히 강 한복판으로 나아가.
온몸에 힘을 빼고.
흐르는 물결에 나를 맡기고.
그렇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어느 순간,
흐르는 속도가 빨라짐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견딜만했지만,
이내 버거워졌습니다.
흐름에 맡겼던 몸을 일으켜,
멈춰보려 했지만…
그것조차 쉬이 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인지 모를 헛발질과 자맥질.
가쁜 숨을 몰아쉴 만큼 실패한 뒤에야,
겨우 멈춰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살이 옆 섧을 스쳐갑니다.
세차게. 때론 여리게.
사납게. 때론 고요하게.
흘러가는 방향을 바라봅니다.
보이지 않는 끝.
물가를 따라 뻗은 길과 어우러지는,
흙과 물이 만나는 평선(平線)이 있을 뿐.
문득 겁이 납니다.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
무덤덤하게 흐르는 그 어딘가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건 아닐까.
이대로 계속 흘러가다가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아득히 두려운 상상을 합니다.
고민 끝에, 마음을 정합니다.
물살을 헤치며 다시 강가로 향합니다.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걸음걸음마다 힘을 실으며.
가는 길은 제법… 멉니다.
언제 이렇게 멀리 왔나 싶을 만큼.
뭍 근처에 닿았을 때,
뒤를 돌아봅니다.
조금 전까지 서 있었던 곳,
평온하고도 거친 흐름의 한 복판.
씁쓸한 기억을 안고,
뭍으로 올라 천천히 걷습니다.
온몸을 적신 물기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겁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걸어보려 합니다.
물론 평탄하지 않을 겁니다.
흐름에 맡기면 됐던 그때보다는,
분명 많이 느릴 겁니다.
멈춰 서 턱 끝까지 찬 가쁜 숨을 몰아쉴 수도,
알 배긴 다리로 비탈을 올라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파른 내리막에 당장의 발 디딜 곳만 찾으며,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정합니다.
이제 다시는,
저 흐름 속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물결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나만의 속도로 걷다가,
어느 날은 물가에 서서 흐름을 들여다보며,
가끔은 그 자리에 멈춰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가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