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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글로
Sep 08. 2019
작심, 또 한 번 마음을 짓다
다시 한 번, 짧지 않았던 공백을 깨며
누누이
드러냈던 것처럼
,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입
니다.
생각이 많음으로 인해 따라오는 몇 가지 특성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메모를
무척 많이 하는
편이라는 겁
니다.
(물론 모든 '생각 많은 이'들이 메모를 많이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아마도.)
보통은
책을
읽을 때, 혹은
생각에 푹 잠길
여유가
있을 때 메모할 것도
많이 떠오르곤 합
니다
.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한밤중에 퍼뜩
잠에서 깨어나
꿈속의
장면을
묘사하듯 적어놓기도 합니다.
(보통
일어나서 다시 보면
대체 뭘 적어놓은 건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만
.
)
사는 게 예전처럼
단조롭지만은
않아진 탓인지,
아니면
산만하기
짝이 없는
본
성
이
제자리로
돌아온 건지,
요즘
부쩍 더
많은
생각
들이
토막토막 찾아와
일상 곳곳을
두드리곤
합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단편적
아이디어
들을
최대한 붙잡아두
기 위해,
메모 방법도
바꿨습니다.
종이와
손글씨를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휴대폰 메모
앱을
메인화면
위젯으로
놓고
자주
쓰고
있습
니다.
제
메모는
단출한
법칙만
을
따릅
니다.
1.
가장 최근 것이 위에 오도록
쓰기
.
2.
각
메모에는
제목 옆에 날짜
적기.
3.
날짜를 적으면서
바로 직전
메모가 언제였는지도 틈틈이
비교해보기
.
특히 3번을 중요하게 봅니다.
만약
메모와
메모
사이의
간격이
길어진 것을 발견하면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그만큼
생각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뜻이거나
, 떠오른 생각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냈다는 뜻일 테니 말입니다.
얼마 전, 메모 앱을 열었습니다.
메모장
위젯 아이콘을 터치하는
것조차 흠칫,
낯설게 느껴지는 걸 보니, 또 한동안 생각을 게을리했던 모양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최근 메모가 6월 29일.
벌써 두 달 넘게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는 뜻
.
실제로 브런치에 쓴
가장 최근
글도 7월 1일
이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긴 합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하루하루가 너무 바빴습니다.
잔뜩 쌓인 업무 스트레스는 매번 생각의 흐름을 끊어놓았고,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나 펜도 잡지 않았습니다.
사실,
바쁜 일상은
나쁜
게 아닙
니다.
미치도록 지루하고 무료하게 보내며, 자괴감으로 점점
무기력해져 가던 시절을 생각하면...... 차라리 바쁜 게 낫습
니다.
하지만,
입맛이
영 달콤하지는 않습
니다.
내가
향하고자 했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으니까
.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퇴근하면 꾸벅꾸벅 졸다가 대충 씻고 잠들어버리는
삶을
바란 적 없었습니다.
좀 더 여유롭게 일상을 바라보고, 마음을 한껏 열었을 때 보이는 다양한 단어들을 이리저리 조립해볼 수 있는 삶을
바랐었습니다
.
하지만, 그런 삶은
여전히 멀었나 봅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아프고, 슬픕니다.
꽤 오랜 시간
발버둥 쳐왔고,
어느새 마냥
꿈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리
기엔
버겁고도
불안한
나이가
되었
지만... 아직도
꿈꿨던 삶에는 조금도 다가가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서. 여전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함. 초조함. 안타까움. 자책과 후회.
무기력함을 틔워낼 수 있는 온갖 부정의 단어들 속에서,
겨우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찾아냅니다.
지금 필요한 일.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
두 달의 공백을 깨는 메모 하나. 기록 한 줄. 글 한 편.
자꾸만 멈추려는
생각을 이끌어가며, 손길
가는 대로 끄적여봅니다.
한 사람의 삶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그리 쉽게 놓아질 리 없다며, 무거운 마음을 비워내려 애써봅니다.
그렇게 또 한 번, 마음을
짓습니다
(作心)
.
어쩌면 또,
흔히들 쓰는
유명한 사자성어처럼
설령 단 3일에 그치고
말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바쁘고, 힘겹고, 피곤한 일상에 치여 머리와 손을 멈추고 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을 겁니다.
그때는 또 그때의 마음을 새롭게 지으면 되는 거라,
다들 그렇게 반복하는 거라, 그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한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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