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늘 비슷한 시각에 지나게 되는 같은 길.
하지만…
계절이라는 순리에 따라 어느새 어둠이 더 짙어진 길.
양손으로 핸들을 꼭 쥐고 힘껏 페달을 밟는다.
자그마한 전등빛 한 줄기에 의지한 채.
내려앉은 어둠만큼 차게 식은 공기가 머리카락과 옷깃을 흔들고, 뺨과 손등을 스친다.
신호등을 만나 멈춰선다.
오가는 차는 드물고, 거리의 인적은 그보다 더 드물다.
'그냥 지나갈까…' 하는 충동이 일었다가, 이내 가라앉는다.
그 빈자리에, 문득 떠오른 '허전함'이라는 단어가 들어온다.
익숙한 말.
이 길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들 때마다 함께 피워올렸던 말.
익숙한 느낌.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힘들 때마다 품었던 느낌.
하지만, 요즘 들어 종종 찾아오곤 하는 이 허전함은,
왠지 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마음 한구석에 뿌리를 내린 녀석이 싹을 틔울 때마다,
도저히 풀이가 떠오르지 않는, 접근할 단서조차 찾을 수 없는 문제 때문에 쩔쩔매던 기억이 난다.
막막함, 그로 인한 초조함, 자연스레 이어지는 짜증.
결코 익숙해지길 원하지 않았건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패턴.
불현듯, 반 년 전 떠나왔던 곳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그 곳에서 보냈던 모든 순간들 중, 가장 화려했던 장면을 골라낸다.
시끌벅적했던 대도시의 한복판에서도,
나는 늘 조용히 보낼 곳을 찾아다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 톨기 고요함조차 흐를 틈 없이 북적이던 공간이 언제나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로부터 멀지 않은 어딘가에서 스스로 만든 외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어쩌면 썩 괜찮은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가까이 두었음에도 늘 멀리하고 싶어했으면서, 이제 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역시, 가까이 두었을 때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뜻일지도…
신호등이 푸른 빛을 뿌린다.
생각의 흐름을 막아둔 채, 다시 페달에 발을 얹는다.
불현듯 찾아온 허전함과 불현듯 떠올려 대입해본 한 가지.
언제나 그래왔듯, 그게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해답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 앞으로도 오랫동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스스로 '답'이라 이름짓고,
그것을 해답이라고 확신하며,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수밖에.
언제나 그래왔듯이.
※ 상단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 Solit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