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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로
Feb 10. 2020
원하는 삶
'내가 원하는 삶'으로 가는 길이, 다시 또렷이 떠오르기를.
난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라는 답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 짧은 문답만으로, 마음이 금세 지쳐버렸다.
지쳐버린 마음은, 많은 것을 무겁게 한다.
등에 멘 가방과 어깨에 걸친 외투, 내딛는 걸음과 바닥을 튕겨져 올라오는 발소리.
저물어가는 하루의 얼마 되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까지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침잠을 겪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이던가.
묵직함에
휘청이던 심신을 익숙하게 추슬러 이끈다.
꽤 오랜 기간 비슷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으며,
이제는 제법 스스로를 다스리는 요령 같은 게 생긴 셈이다.
원하는 삶을 누리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래, 솔직히 꽤 많을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크게 보면 원하는 바에 꽤나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이는 좀 더 많겠지만,
그들조차도 삶의 모든 순간이 원하는 대로의 순간일 수는 없을 것이다.
쉽게 끄집어내는 흔한 위안.
하지만, 오늘은 그조차도 잘 듣지 않는다.
마음의 지침은 계속 짙어져 가고,
쉽게 꺼낼 수 있는 생각들로는 달래기 어려울 것만 같았다.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면,
적어도 원하는 삶을 향해 한 걸음씩이라도 내딛고 있어야 할 텐데...
아니, 원하는 삶의 방향을 매 순간 기억이라도 하고 있어야 할 텐데...
그것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불현듯 찾아왔을 때,
비로소 지쳐서 늘어져 있는 마음에 성난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래, 이 거센 흐름... 낯설지 않다.
언제가 됐든 겪어본 적이 있다는 뜻.
자칫하다간 한순간에 집어삼켜질 듯한 거친 바람을 마주하며,
본능처럼 마음을 뉘었다.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의 그때처럼.
거센 바람을 흘려내는 갈대를 떠올리며, 조용히 마음을 웅크린다.
불현듯 찾아온 이 시커먼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그저 흔들리겠다 다짐하면서.
이 사납기 짝이 없는 바람이 지나갈 때쯤이면,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 해야 할 일들이,
맑게 갠 하늘처럼 다시 또렷하게 떠오르기를.
부디, 그렇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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