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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Apr 19. 2020

흔한 밤, 흔한 고민

지겹게 반복되는 슬럼프, 이번엔 막무가내로 이겨내본다

툭. 툭.

끝으로 노트 한 켠을 두드린다.

쓰는 도중 고민이 찾아왔다는 .

이제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까.

어떤 단어들을 붙여야할까.

늘 하는 흔한 고민.


본래 아는 단어는 꽤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 이 순간 떠오르는 단어도 많다.

재료가 많은 만큼, 조합되는 문장도 많다.

하지만...

썼다 지웠다를 한참동안 반복한다. 

이것저것 집어넣고 붙여봐도 영 개운하지가 않다. 

마음에 쏙 드는 이음새 하나를 건지기란... 

수백, 수천 번을 겪어도 한결같이 어려운 일이.


머릿속에서 글자들의 아우성이 반복된다.

계속되는 시끌벅적함.

피곤이 몰려오며 머릿속이 곧 하얗게 변해간다.

밀려드는 하얀 파도에 잠시 저항해본다.

그러나 결국 툭- 펜을 놓아버린다.

어렵게 끄집어낸 글감, 겨우 싹을 틔웠던 씨앗이 우뚝 멈춘다.


휴대폰 메모장, 연습장, 다이어리...

내 주위에 즐비한 공간에는 꽤 많은 글감들이 담겨있다.

여기저기 쓰다만 채, 끝을 맺지 못하고 방치된 문장도 많다.

다들 오늘과 비슷한 과정을 겪은 녀석들이다.


하나의 씨앗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마음 씀씀이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과 시간,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곤란해지는 법.

하지만 요즘 둘 모두를 다잡는 게 뜻처럼 되지 않는다.

벌써 두어 달쯤 돼 간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야 하건만, 

그럴 여유조차도 없어 늘 쫓기는 기분. 

마음이 무거운 만큼 글은 더 쓰기가 어렵고, 

그만큼 마음 속 그림자도 짙어진다.

 

막막함 때문에 계속 가라앉는 듯한 나날들.

또다시 짓눌러오는 묵직함이 손을 멈추려는 순간, 

문득 힘을 내어 다시 펜을 잡았다. 

쇳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팔과 손을 움직여,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써본다.


예리한 깨달음이 아니어도 좋다.

깊은 감동이나 울림이 없어도 좋다.

아무런 주제가 없더라도, 상관하지 않으련다.

오늘 틔운 이 싹은 반드시 끝까지 키워내야 한다.

어떤 마침표를 찍든 상관없이.


지금 필요한 건, 꽉 막혀버린 흐름을 다시 뚫어줄 한 줄기.

두루뭉술함과 애매모호함으로 끝내고 만 어떤 하루. 

시간이 지난 뒤, 부끄러움에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게 만들어줄 무언가.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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