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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May 25. 2020

무의미한 시간들

벗어나고 싶다. 제발 좀.

오늘도 또,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대체 며칠째인지 모른다.


발행한 글 리스트를 보면 금세 알 수 있긴 하다.

마지막 썼던 글의 발행일자가 찍혀있을 테니.

하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지 않은 채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는지,

새삼 다시 깨달으면 한층 더 좌절할 것 같아서다.


욕심 내지 말자고 생각했었다.

한 달에 딱 두 번씩만,

평소보다 조금 긴 호흡으로 쓰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그것마저 해내지 못하는 때가 늘어가고 있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의욕도 함께 흩어져간다.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시간이, 더욱 무거워져 간다.


읽기라도 많이 하자 다짐했다.

많이 읽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예전에도 읽음으로써 글감을 잡아낸 적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 콱 막힌 현실에서는 그것도  안 된다.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돌아선 순간 다 잊혔다.

메모해둔 것들을 들여다봐도 이어지지 않는 토막일 뿐이다.

그렇게 '읽는 시간'마저 무의미한 시간에 뭉쳐져 버렸다.


무엇 하나 생각나지도, 써지지도 않는 갑갑함.

막막함을 글감 삼아 몇 번 정도 써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건 비참함, 남는 건 쓸쓸함 뿐이었다.


괜찮은 척, 차분한 척 웃고 떠들며 지내고 있지만,

솔직히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겁난다.

오늘 하루도 무의미하게 끝나고 말까 봐.

무의미한 시간의 무게가 하루만큼 더해질까 봐.

그런 나날이 반복되다가 결국,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질까 봐.

나를 무너뜨리고 저만치 멀어져 버릴까 봐.


어두운 방에 홀로 눕는다.

메모장을 켜고 다시 생각나는 대로 끄적인다.

오늘도 또다시, 

아무것도 쓰지 못함에 대한 넋두리로 끝날지라도...

매번 결론이 뻔한 자기 복제에 그쳐버릴지라도...

지금은 그것이나마 희미한 위안이 되지 않을까 믿어본다.

 

늘 똑같은, 그래서 더 무덤덤해져 버린 나날들.

벗어나고 싶다.

미치도록 시시해져 버린 이 무의미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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