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로 Jun 20. 2022

느슨해져 버린 관계

무뎌진 게 내 탓인 것만 같아서

매 순간이 새로웠고 매일이 즐거웠다.

뜨거웠고, 또한 반짝였다.

한때는 그랬다.

그렇게 통통 튀는 설렘이 있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문득 돌아보니 모든 것이 신기루 같았다.

두근거리던 모든 순간 대신,

느슨해져 버관계만이 남았다.

당장이라도 끊어져버릴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솔직히 모른다고는 말할 수 없다.

실수한 것도, 잘못한 것도 너무 많으니까.

오히려 너무 많아서 알 수가 없다.

무엇 때문인지 짚어낼 수가 없다.


누구나 실수하며 사는 거라지만,

누구도 실수하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실수는 차곡차곡 쌓인다.

마치 실수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잘못 꿰어진 것들많아지다 보,

하나의 잘못에도 자꾸 지난 잘못들이 줄지어 떠오른다.

지나간 잘못반성과 깨달음남긴 채 잊히면 좋을 텐데...

대부분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잘못은 바로 어제 저지른 듯 생생하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잘한 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 시간을 오로지 실수만 하며 산 건 아닐 텐데도,

잘못한 것이 있듯 잘한 것도 없지 않을 텐데도 그렇다.

마치 모든 기억의 스위치가 '잘못' 쪽으로만 켜진 듯.

덕분에 끝은... 결국 자책뿐이다.

느슨해져 버린 모든 것들과의 관계가 내 탓이라 여겨버리는, 스스로에게 더없이 가혹한 원망.


한낱 인간의 삶이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실수투성이 인생일지라도 살아갈 의미가 있음을 믿는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느슨해져 버린 관계들이 하나둘씩 떠오를 때마다,

그들을 느슨해지도록 놔두었다는 죄책감이 옥죄어 온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로 뒀다가는 언젠가 지금보다 더 큰 무게로 스스로를 짓누를 것이 뻔한데.

방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그저 외면한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또다시 실수를 하고 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