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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Aug 24. 2020

콘텐츠 = 시간?

어쩌면 가장 비쌀 수밖에 없는 것

'타인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며 휴일을 보냈다.

머리 굴릴 일이 많은 요즘의 내게는 최고의 휴식 방법이다.


타인이 만든 콘텐츠라지만, 호불호는 뚜렷하다.

(好)는 소설, 만화, 게임.

불호(不好)는 영화를 비롯한 영상 기반 콘텐츠.


아, 싫어한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즐긴다는 뜻이다.

...... 뭐, 별로 상관없으려나.



개인적인 취향 이야기는 삼천포가 될 테니 이쯤 해둬야겠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가까워진 늦은 밤 시간.

흥미진진하게 읽던 웹소설도 제쳐둔 채,

느닷없이 글 한 편 쓰고자 했던 마음은 매듭을 지어야 할 테니까.



콘텐츠(Contents).

요즘 참 여기저기서 많이 쓰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는 '내용'.

하지만 이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게 된 이래로...

내용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적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콘텐츠'라는 단어는,

이제 굳이 어떤 뜻인지를 풀이하려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콘텐츠'는 그냥 콘텐츠일 뿐.


하지만 그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에야 당장 안정적인 밥줄을 잡고 있느라 엄청 느릿느릿하지만,

언제가 됐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먹고살고자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콘텐츠 만들어서 밥 먹고 살겠다고 하면서,

"콘텐츠가 뭐긴 뭐야. 그냥 콘텐츠지!"라고 뭉뚱그리고 싶지는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 때문일 수도 있고.


콘텐츠라는 말을 굳~이 또 다른 한 단어로 바꿔 표현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우직하게, 한편으로는 억척스럽게, 답을 찾아 헤매 왔다.


그러다 불현듯, 쓸만한 답 하나를 찾아냈다.

게임을 통해 역사와 신화를 넘나들던 지난 주말 밤의 어느 한순간이었다.



시간(Time)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소비하는 모든 것.

요즘 세상에서 말하는 콘텐츠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단어가 아닐까.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유형의 재화든 무형의 서비스든 가릴 것 없이,

무수히 많은 것들이 콘텐츠의 울타리 안에 들어간다.


이 또한 완벽한 답이 될 거라 장담할 수는 없다.

내가 그렇게까지 현명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쓸만한 답을 찾아 방황해왔던 이전까지의 어떤 것보다, 훨씬 많은 경우에 등식을 성립시키는 답안이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더 나은 답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즉,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시간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가치(Value)'를 창조하려는 것과 같다.

음...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굉장히 거룩(?)하게 느껴진다.

뭐 아무튼......


모두에게 똑같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선천적인 것.

단 한 번만 쓸 수 있고, 지나고 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

환불은 물론, 교환도 안 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듯 느껴지지만,

사실상 가장 비싼 가치를 갖고 있는 것.

'시간'이라는 자원(Resource)에 관한 팩트와 개인적 해석이다.


휴식이나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가벼운 콘텐츠든,

장고(長考)로 빚어내는 대서사시 콘텐츠든 가릴 것 없이,

누군가의 시간을 가져간다는 규칙은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콘텐츠 전성시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시대.

모르긴 몰라도, 이 흐름은 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는 세력을 유지할 듯싶다.

그러니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한다면, 시간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 시간의 무게. 타인의 시간이 갖는 무게.

그 '무게'를 기억해야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콘텐츠, 더 유의미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하... 생각을 거듭할수록 꿈 이루기가 빡세 진다.

안 그래도 어려워 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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