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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Nov 21. 2020

부족한 채로의 삶

만성적인 지식의 결핍을 인정하다

최근, 깊은 인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

호흡이 꽤 긴 연재소설.

사람의 작가가 몇 년씩의 간격을 두고 쓴 연작.


세 번째, 아니 네 번째였나?

정확히 번인지 헷갈린다.

아무튼 첫 작부터 가장 최근작까지,

시리즈 전체 작품을 몇 번씩 '정주행'했다.


읽을 때마다 느낀다.

실로 놀라운 넓이의 지식을 갖춘 작가라는 걸.

읽을 때마다 상상한다.

이만한 지식을 갖춘 사람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걸까.

어떤 '세계관'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걸까.

몇 번을 반복해서 읽는 동안 계속 헤아리려 했지만,

그래도 아직,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이 쓴 글을 읽는 건, 대개 훌륭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수직적인, 또는 수평적인 부족함.

어느 쪽으로든 나 자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일깨워준다.


지식의 결핍을 느끼면 대개 자괴감도 따라온다.

무덤덤하게 말하지만, 사실 견디기 쉽지 않은 괴로움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견디고 나면, 더 배워야겠다는 의욕을 북돋우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그래서 더 많이 배워야 한다.

몇 년 전 즈음, 그 믿음을 확고히 받아들였다.

그 믿음으로 인해, 부작용과 결실을 함께 얻었다.

누군가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두려워하는 부작용.

그러면서도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꺼리지 않는 용기.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앞으로도 계속 채워가려 할 것이다.

채우고 채워도 여전히 부족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

평생을 채워도 꽉 채우는 건 결코 불가능함을 안다.

밑 빠진 독이라거나 해서가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이 본래 워낙 거대한 그릇 이어서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법.

그렇다면 늘 조금이라도 더 채우려 애쓰면서,

채워진 그만큼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쓰면서,

살아가는 것도 제법 멋질 것이다.


오늘보다 내일, 다음 주보다 다음 달, 내년보다 몇 년 후.

늘 지나간 시간보다 좀 더 채워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삶.

그 정도면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돌아보아도,

후회보다 만족의 함량이 높은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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