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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글로
Dec 13. 2020
어느 아침의 짧지 않은 단상
새벽과 아침의 만남 앞에서
보통, 글을 쓸 때
선호하는
시간대가
있다.
저녁
무렵이나
늦은 밤
.
혹은 자정 너머 달이 슬슬 기울어가는 새벽
.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
는
건 아니
다.
굳이 찾자면,
즐겨 쓰는
글의 종류가
대개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들이고,
감성이라는
놈
은
밤에
풍부해지는
경향이
있(다고들
하)기
때문이려나.
흠...
확실히
주위가 어두울 때 스탠드 불빛 하나에 의지해 뭔가 끄적일 때면 펜 끝이 좀 더 부지런하고 민첩해지는 기분이 든다.
'
낮은 이성, 밤은 감성
(센티멘탈)
'
이라는
항간의 풍문을
너무 의심 없이 믿어버린 탓은
아닌
지
,
확신할
수는 없지
만
.
상상을 해본다.
어쩌면
생각이라는 녀석
들도
어둠을
무서워한
나머지
, 밝은 곳을 찾아 오밀조밀 앞다퉈 모이기 때문인 건 아닐까... 아니면, 잠을
위해 안배된
시간이 가까이 있는 탓에, '무의식의 세계'에서 빌려올 수 있는 것들이 더 풍부해지는 덕분은 아닐까.
.
.
어쨌거나
백지상태에서 아이디어 하나라도 더 많이 늘어놓아야 하는 시점에는, 어두운 방과 스탠드 불빛의 조합이 큰 역할을 해줄 때가
많다는 건 사실이다
.
.
.
.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이런 패턴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아침에 불쑥 생각이 찾아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은
보통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었다.
밤새
길을 잃고
떠돌다
지쳐가던 찰나에
우연히 찾아온
나그네처럼
너무
뜬금없을
때
도
많았고
,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느라
일상을
들여다보노라면
홀연히 사라져 버릴 때도 많았으니까.
문득, 후회를 떠올렸다.
그렇게 놓쳐버린 조각들 중 괜찮은 이야기를 자아낼 수 있는 것들도 꽤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것들을 좀 더 진지하게 대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머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쉴 곳을 내주지 않은 탓은 아니었을까...
하는.
밤새 어둠에 가려있던 것들이 점점 선명해져 가는 시간. 있는 그대로만을 옮겨주는
쓸데없이 정직한 감각들 덕분에
, 어쩌면 그 시간에 바라본 것들은
같은
것이라도
새로운 느낌을
전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
.
그렇게까지 생각하니 후회가 조금 더 짙어진다.
그래서
이제는,
이른
아침
불쑥불쑥 찾아오는 녀석들을 고까운 시선 대신 반가움으로 맞이해보려 한다.
귀빈으로 대접하기엔 아직 낯설지라도,
불청객 취급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한데 모여 어둠을 견뎌낸 생각들이 밝은 곳으로 흩어져 날아가며 흘리고 간 미세한 흔적들이어도 좋다.
무의식에서 빌려왔다가 기한을 넘겨
되돌아가는 와중에 부여잡은
끝자락이라도
괜찮
다.
하루를 시작하는 그 순간,
무엇 하나라도
깊게
되새겨볼
수 있
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면,
그 결과로 언제든 들춰볼 수 있는
쓸만한 끄적임 한 토막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일
테니까.
어느 아침,
불현듯
찾아와 길게 이어진 생각이다.
동틀 녘
아스라이 밝아오는
산책로를
걸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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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새벽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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