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로 Sep 05. 2022

겁이 난다

또다시, 스며들듯 찾아온 두려움

말을 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사람을 대하면 일단 겁이 나서였다.

그 때문에 손해 본 적도 많았다.


말하기를 못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였을까.

다행스럽게도, 쓰는 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말로 하기 어려운 것을 쓰기로 해결한 적도 있었다.


쓰는 게 좋았다.

힘들었던 적이야 많았지만, 살면서 쓰기가 싫었던 적은 없었다.

쓰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쓰며 살았다.


그래 왔기에, 최근 몇 년이 너무 낯설다.

쓰는 게 어렵고 때로는 두렵기도 한,

그런 마음이 수시로 찾아와 날 흔들어놓은 시간.


쓰고 싶었던 주제를 놓치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잊고,

풀어내고 싶었던 응어리를 다시 삼키게 되는...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방황에 빠져버린 나날들.


흐르듯이 써 내려갈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매번 스스로 만든 반대 의견에 발목을 잡힌다.

쓰기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주위 사람들,

그들이 내놓는 어려움과 두려움의 이유가,

어느새 내게로 스며들어버린 것만 같다.


쓰는 일에서만큼은 평범하고 싶지 않았다.

최고의 자리가 아니어도 된다.

모두가 인정하는 비범함이 아니어도 괜찮다.

평범하지 않게 쓰고 또 쓰는,

그 정도만 돼도 좋다.


그 생각 하나로 버틴다.

뻔하디 뻔한 표현들로 채워진 노트로부터 뻗어 나오는 자괴감도, 오로지 그 생각 하나로 버틴다.


잊을만하면, 극복해낼 만하면 또다시 찾아오는 이 두려움은 아마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아는 것도 많아질 테고, 깨닫는 것도 깊어질 테니, 아마도 그때마다 새로운 두려움을 빚어내 나를 찾아올 것이다.


온전히 내가 풀어내야 할 숙제.

덜컥, 겁이 난다.

어려움과 두려움을 늘 곁에 두고 걸어야 하는 이 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