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소통,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
미리 밝힌다. '맥심'을 야한 잡지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 분명 있다. 맥심을 언급하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색안경을 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모두 다 각오하고, 그냥 쓴다. '솔직함'을 논하려면 나 자신부터 솔직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많은 남자들이 그랬듯, 나 역시 군대에서 맥심을 접했다. (다행히 휴가 복귀 때 맥심 커피를 사 가는 만행(?)은 저지른 바 없다) 그 전에는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이제는 예비군도 끝나가는 나이가 된 요즘, 맥심을 종종 구입해 보곤 한다. 정기구독을 한다거나 달마다 신간을 사러 가는 건 아니지만, 길거리 가판대나 편의점 잡지 코너에서 맥심을 발견할 때면 대개 구입하는 편이다.
물론 무턱대고 사는 건 아니다. 딱히 변명하려는 건 아니고...... 그저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기에 그 달의 체크카드 사용액이 기준치를 초과하는지를 따져볼 뿐이다. 그 외에는 '발견시 지름신 발동 확률'이 75% 정도는 되는 듯하다. 나머지 25%는 아마 '애써 못본 척'이겠지......
##
맥심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만약 당신이 야구를 좋아한다면, KBSN 스포츠 윤태진 아나운서를 잘 알 거라 생각한다. 아직 내가 게임 기자로 재직하던 작년 늦은 봄, 어쩌다 연이 닿아 윤태진 아나운서를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다. 준연예인급 미인을 정면에서 독대하는 행운이 내게 온 거다.
하지만 오호 통재라! 야구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절대적 장벽에 부딪쳤다. 게다가 워낙 빈곤한 연애경험 때문인지 여자 앞에서 말을 술술 뽑아내는 타입도 아니다.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면서 한동안 새하얀 화면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배가 불렀지. 한창 주가 상한선을 치던 야구 여신님을 만나게 해준다는데, 설렘과 방끗한 함박미소로 무장하지는 못할 망정 미간만 잔뜩 구기고 있었으니.
마침 윤태진 아나운서가 맥심 표지 모델로 출연한지 두어 달쯤 됐던 시점. 나이스 타이밍. 그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를 준비했다. 인터뷰 당일 때도 이야기한 것 같긴 하지만, 이 글을 빌어 한 번 더 말씀드린다. 뻔하디 뻔한 질문, 다른 매체에서도 했던 질문만 잔뜩 던져대서 윤태진 아나운서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그래도 솔직히, 기자랍시고 인터뷰하러 왔는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진땀만 뻘뻘 흘리는 것보단 낫잖아......
당시 진행했던 윤태진 아나운서 인터뷰. 다시 읽어보니 뭔가 꿈만 같고 흐뭇해지는......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11278
"그거 야한 잡지 아니에요...?"
맥심 표지모델 인터뷰에도 나왔던 멘트다. 섭외 당사자인 윤태진 아나운서도 진짜 그렇게 물어봤단다. '맥심 = 야한 잡지'라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박혀있다는 걸 새삼스레 다시 한 번 깨달았고, 지금도 그걸 굳이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프레임을 바꿔볼 수는 있겠다. 그거, '솔직함'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맥심에는 비속어도 나오고 욕도 나온다. 그것도 꽤 자주 나온다. 허세의 향기가 살짝 풍기는 문체도 가끔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꾸미느라 애쓴'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덕분일까. 맥심을 볼 때는 편한 차림에 편한 자세로 보게 된다. 침대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킥킥대다가 빵 터졌다가 혼자 배 붙잡고 끅끅거리며 웃을 때, 아마 가족들은 '저 놈이 드디어 실성을 했나' 싶어 쳐다봤을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포인트를 잡는다. 집요하게 파고들며 가려웠던 부분에서는 시원하게 씹고 뜯고 즐긴다. 그 과정에서 포장 따위는 없다. 지금 깨작이고 있는 이 글처럼, 뭔가 있어보이려 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취재나 편집 과정에서 있을 법한 해프닝 같은 것도, 이 사람들이라면 날것 그대로 담아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솔직한 이미지'를 갖췄다는 게 마음에 든다. 맥심은.
##
바로 어제 잠들기 전까지, 지난 달치 맥심을 봤다. '로봇으로 변신하는 슈퍼카' 꼭지에서 "부패경찰 새끼야"라고 적은 김민겸 에디터의 일갈이 떠오른다. 아, 이 야심한 시각에 또 혼자 숨죽여서 끅끅대고 있네......
사실 난 욕을 꽤 자주 하는 편이다. 혼자 게임을 하다가 쌍욕을 내뱉으며 기기(주로 스마트폰이나 PS4 패드)를 집어던지는 일도 다반사다. 아까운 건 알아서 이불 위에 던지곤 하지만. 또, 야한 것도 (당연히) 좋아한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면 느긋하게 전체 화면으로 감상하기도 하고, 야밤에 친구들과 술 한 잔 할 때면 지나가는 여자의 시원한(?) 옷차림을 놓고 입방아를 찧기도 한다.
다 그렇지 않을까? 화 나면 욕 좀 할 수도 있고, 심심하면 야한 생각하거나 야한 이야기 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 굉장히 비정상적인 건 아니지 않나. 365일 24시간 그러는 것도 아닌데. 물론 선을 넘으면 곤란하니까 '적당히' 해야한다는 건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
감히 평하건대, 우리는 솔직함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마음 속을 너무 훤히 드러내면 호구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어설프게 짱구 굴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지론이다. 실제로 솔직하게 드러냈을 때, 많은 것이 순탄하게 흘러간다는 걸 경험하기도 했고.
솔직하게 터놓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인데, 본능적인 것들을 밖으로 표출하는 언행을 굳이 막거나 말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물론 타인에게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주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본능적 욕구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감추거나 억제할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없어지지는 않으며, 쌓이도록 방치하면 언젠가 넘치게 마련이다. 아무리 끝내주는 인내심의 소유자라도, 참고 참아서 좋은 꼴을 볼 것 같지는 않다. 그럴 바에야 적당히, 솔직하게 오픈해버리는 건 어떨까. 아는 척 허세부리지 말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아닌 척 감추려하지 말고 원하는 건 원한다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분명히.
##
얼마 전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터미널 간이 서점에서 맥심을 발견했다. 몇 페이지 들춰보다가 지갑을 주섬거렸다. 평소 습관대로. 그러다 문득 가게 주인 아주머니와 눈이 딱! ...... 괜히 혼자 멋쩍어져 그냥 돌아섰다. 결국 약속장소 근처에 있는 지하철역 스토리웨이에서 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스스로도 맥심 사는 걸 민망하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말로는 본능에 충실하자고 외쳐대면서 행동은... 쯧쯧.
이 글을 끄적이며 다시 다짐한다.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다음 번엔 좀 더 당당하게 사야지.'라고. 음... 서점 카운터에 이상형인 아가씨가 서 있더라도 당당히 맥심을 들고 계산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아직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