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2. 이념이 아닌 사람을 보다

'사람'을 가리켰기에 더욱 멋들어졌던, <은밀하게 위대하게>

by 이글로

작품명 : 은밀하게 위대하게

플랫폼 : 다음 웹툰

시즌1, 2 완결 (부분 유료)



01. 은밀하게 다가와 위대하게 스며들다


기억을 떠올려본다. 처음 이 웹툰을 접했던 그 때를. 우연히 보게 됐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완결을 봤다. 이 작품은 그렇게, 은밀하게 내게로 왔다. 그리고 위대하게 내게로 스며들었다.



02. 중요한 건 '사람'이다


분단국가라는 현실. 치열하지만 답은 정해져있는 이념 논쟁. 경계선 너머에 있는 그 곳을 미화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인정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이회의 뿌리를 부정하고픈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물론 불만인 점이야 차고넘치게 많지만.


다만, 포인트가 다를 뿐이다. 내가 생각하고자 한 핵심은 따로 있다. 이념이라는 거대한 장막 아래. 그 곳에 펄떡거리는 '사람', 그들의 뜨거운 심장. <은·위>는 바로 그 곳을 겨냥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건 현실에서의 삶이다. 이념이나 사상이 중요치 않은 것 아니지만, 삶의 무게를 짊어진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보라 말하기는 어렵다. 당장의 하루하루를 꾸려나가는 일이 모든 것의 기준이고 바탕이기에.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도 얘랑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설마...? ㅎㅎㅎ

어딘가에 흔히 있을 법한 마을에 '동네바보'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 어느 '간첩'의 이야기.

뛰어난 육체능력과 일편단심의상은 꼭꼭 숨긴 채 하루하루의 삶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이러한 설정 또한 이 작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이끌어낸 씨앗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위에 군데군데 묻어있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더해지면 그 강도가 상당히 강해진다. 이데올로기 차원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이념의 옳고 그름은 중요한 바가 아니다. 아차, 말은 똑바로 해야지.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사회 시스템의 빛과 그림자는

그저 자연스러운 허울이고 포장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벗어던진 뒤 눈을 감았다 뜨면 비로소 보이게 된다.


그 안에 바로 '사람'이 있었음을.



03. 그 위대함을 기억하겠소


유난히도 사람냄새가 그리운 요즘이다. 없는 것은 아닐진대, 그 단어를 입에 올릴 때면 뭐랄까... 먹먹해지고 한숨이 절로 난다고 할까. 오죽하면 평범한 삶을 담은 노래 제목으로도 나와 주목을 받았을까.


비단 <은·위>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평범하지 않음을 꼭 감춰두고 평범한 살아가는 이들. 나와 당신, 우리네 주변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본다. 과연 그들에게 있어서는

어느 쪽이 가면이고 어느 쪽이 진짜였을까?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 캐릭터들의 등 역시 극으로 치달아간다. 그때서야 그들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던 많은 것이 '사람'으로서 무척 부당한 것이었음을. 그릇된 것이라 믿고 꽁꽁 숨겨왔던 의문들이 '사람'이기에 품을 수 있는 위대한 것이었음을.



모두가 죽어버린 걸까...?



비록 오랜 시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왔을지언정, 사람냄새가 진하게 나던 그들에게는 정말 일말의 행복도 주어질 수 없었던 걸까? 만약 해피엔딩으로 끝났더라면 이 작품의 메시지가 흐려졌을까?


결말부분, 작가의 안배에 아쉬움을 토로할 때 즈음, 그 '사람'의 마지막 메시지가 드러난다.

영화판 <은·위>의 뭉클했던 한 장면.

밀할 수밖에 없었기에 더욱 안타까웠고, 그러는 와중에도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을 간직했기에 위대했던, 그들의 모습이 꽤 오랫동안 마음 속에 파장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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