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 #3. 사랑했어, 영원을 포기할만큼

명확한 주제, 무궁무진한 가능성 <신군: 시간을 사는 남자>

by 이글로

작품명 : 신군 - 시간을 사는 남자

플랫폼 : 카카오스토리

매주 화, 목, 토 연재 중 (무료)



잠깐, 아주 잠깐 고민했었다. 아직 한창 연재 중인 작품이건만, 끝까지 가보지 않은 작품이건만, 지금 섣불리 감상을 적어도 되는 걸까? 너무 경솔한 판단은 아닐까?


답을 얻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원래 그래왔는데 뭘..."


가만히 되짚어보면, 게임기자로 일하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리뷰가 그랬다. 잠깐씩만 플레이해보고 전체를 봐야했고, 그러다보니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다행인 건, 그렇게 훈련을 쌓다보니 흔히 '통찰'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을 잡았다는 것.



목적은 로맨스, 과정은 현대 판타지. '먼치킨'인데 알고보면 인간적인 하늘의 존재, 신군(神軍) 신도영. 라이터 하나를 꼬나쥐고 온갖 부정한 존재를 척결하는 남자. 돈이 미친듯이 많아서 먹고 사는 건 아무 걱정 없는 남자. 혼이 스며든 육신도 완전 미남. 거기에 스탠포드 심리학 박사. (젠장 부럽다)


대충 봐도 그냥 '엄친아'라는 얘기고, 그 잘난 놈이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펼치는 현대 판타지물. <신군: 시간을 사는 남자>에 대한 브리핑이다.


너무도 완벽해보이는 이 남자. 하지만 치명적인 부분이 있다. 힘, 돈, 외모, 명예... 그렇다. '사랑'이 빠졌다. 특히나 이 남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사랑을 잃음으로써 얻은 것들이니까.


남자의 인생에서 사랑이란...?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그 비중과 무게는 결코 가벼이 말하기 어렵다. 흠... 그러보보면 이 남자도 완전무결한 '사기캐'는 아닌 셈이 되는 건가.


이야기의 밑그림만 대략적으로 그리자면 이렇다. 자신이 너무도 사랑했던 한 여자. 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만나기로 한 날. 그리고 그녀를 만나러 가던 길에서 맞이한 죽음. 영원히 오지 않을, 아니 올 수 없는 자신을 기다리며 지쳐가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절규하고 오열했다.


천추의 한(恨)이란 이럴 때 쓰면 되는 걸까. 그 때문에 남자는 '영원한 시간'을 포기했다. 앞으로 인간으로 살아갈 모든 환생의 기회를 버렸다. 그 대신 현생의 기억과 '신군'이라는 단 하나의 운명을 갖고 이승으로 돌아왔다.


거창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직 단 한 마디, "가지 않은 게 아니라 가지 못한 거야"라는 말. 오매불망 만나고 싶었던 그녀에게 그 한 마디를 전하고 싶어서다. 흔하게 쓰이는 소재 같지만, 막상 접하니 또 애달프고 먹먹하다. 이 또한 작가의 표현력이리라.



작지만 한 핵심 소재. 판타지스럽게 펼쳐지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은 '애달픈 사랑'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언뜻 마인드맵(Mind Map)처럼 중구난방으로 뻗어있는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핵심 소재에 발을 걸치기 위한 연결고리를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수많은 에피소드의 틈틈이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도 쏟아진다. 우리 사회에 얼마든지 있을 법한 가상의 사연들이라고는 하지만, 얼핏 봐도 실제 사건을 겨냥했음이 두드러진다. "강풀 작가의 '26년'에서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한 온도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는 표현들도 있지만 여과 따위는 없다. "이걸 보고 반성 좀 하라"는 일침처럼 느껴진다. 하긴, 대놓고 직격탄을 쏴대는 시사만화들도 있는데(장X리라든가, X도리라든가, 장도X 같은...) 이 정도는 애교지.


서브 에피소드의 비중이 큰 탓에 이야기 전개가 루즈하게 느껴지는 때도 분명 있다. 그럴 때면 가만히 되짚는다.

애초에 이 작품의 메인 소재는 작았고, 그것만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엔 한계가 너무 뚜렷했다. 여기에 '시간을 사는(Buy) 남자'라는 부제를 붙임으로써 곁들이 에피소드에 어느 정도 비중을 부여했다. 메인 소재가 단단하게 자리잡혀있고, 다른 이야기에 등장했던 연결고리들이 계속 재활용되는 한, 스토리는 결코 본래의 항로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가의 세계관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인간으로서의 감정에 충실하되, 넘지 말아야할 선은 지킨다는 신념. 그 '선'의 근거가 법이 아닌 도덕이라는 기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관점. 이 모든 것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 물론 자의적 해석이지만.


어찌보면 이 작가는 자신의 견해와 솔루션을 드러낼 순간을 호시탐탐 노리며 이야기 얼개를 짜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고의 역작, 불후의 명작. 엄밀히 말해 이 정도의 수식어를 붙일만한 작품은 아니다. 그래도 희망 한 가닥은 가져본다. 적어도 이 작가라면, 앞으로 그런 작품을 써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혹시 모르지. 이미 써놓은 다른 작품들 중, 혹은 구상하고 있는 것들 중, 그 '위대한 첫 걸음'이 이미 존재하고 있을지도.


신군.JPG 이미지 출처 : 카카오페이지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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