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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Nov 12. 2015

뭐든 꾸준히 파면 '능력'이 됩니다

또 하나의 걸출했던 특집, <능력자들>의 일보전진

지난 9월 말, 추석연휴가 끝난 직후. 연휴기간에 선보였던 특집방송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특집으로 시도했던 아이템이 정규편성되는 사례에 대한 이야기였다.


https://brunch.co.kr/@skyzakard/59


그때 글감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또 하나의 프로그램, <능력자들>이 오는 금요일 정규편성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처음 계획대로 지난번 글에서 다뤘었다면 일종의 예측글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오드리 햅번 피규어와 치킨 마니아, 두 명의 출연자밖에 못 봤던 지라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써봤자 주절주절 겉핥기밖에 안 될 것 같아서.


'특집으로 발굴한 원석'이라는 점 외에도 이 프로그램에 의미를 싣는 이유가 있다. 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 인생의 갈림길이 자꾸만 한정돼 가는 요즘,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그것을 가리켜 '능력'이라고 불러준다면 어떨까. 그것을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삼아 삶을 꾸며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는 않을까. 적어도 지금보다는 말이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일반인 중에서 찾아낸 능력자'라는 콘셉트를 보면 자연스레 <스타킹>이 오버랩되곤 한다. 초반에는 흥미진진했던 스타킹이 어느새 단순한 기인열전 정도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 이제 밥상을 차리고 첫 술을 뜨려하는 <능력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중, 절반을 차지하는 걱정은 바로 그 때문이다. 언뜻 유사해보이는 아이템을 들고, 얼마나 다른 맛을 얼마나 오랫동안 뽑아낼 수 있을지는 이 프로그램의 본질적 숙제가 되리라.


어떤 도구든 꼭 정해진 용도에만 쓰라는 법은 없다. 콘텐츠의 소재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생명력을 뿜어낼 수 있다는 것. '모창'에 올인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히든싱어>, '립싱크'를 아이템으로 써서 풀어낸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비교적 최근 떠오르기 시작한 프로그램들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수능날이다. 그동안 고생했던 학생들 모두 합당한 성과를 거두길 바라며, 올해는 성적 때문에 생기는 안타까운 소식이 없길 바란다. 예능전쟁에 뛰어든 <능력자들>이 부디 성적이 전부가 아닌 세상임을 알리는데 한 팔을 거들 수 있길, 그래서 방송일을 손꼽아 기다릴 만한 거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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