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봐요>, 그 자존심만큼도 사랑해줄 수는 없었나 봐요......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얄팍한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나는 숨죽여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많은 걸 바랐던 게 아니에요.
그저 내가 좀 더 우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나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 욕심 아니에요. 당연한 거죠.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그 말 한 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또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이렇게 쉬운 말인 걸요.
한 번이라도 내가 먼저 전화 끊기를 기다려줬다면…….
하루, 아니 몇 시간 전에라도 연락해 약속을 확인해줬다면…….
스치듯 내가 했던 말들, 마음 한 켠에 기억해줬다면……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한 번만 더 내 입장에서 생각해줬다면……
말 없이 모두 듣고 있었다.
그러게요. 그 간단한 것들을 왜 못해줬을까요.
그래요, 내가 더 많이 사랑했었어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그 말, 정말 절절하게 와 닿았어요.
그래도, 나 후회 같은 건 안 해요.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려 했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웃으려 했으니까요.
미련 같은 건 남을 새도 없을 만큼, 나 그렇게 사랑했으니까요.
점점 길어지는 이야기,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래요. 정말 최선을 다 했군요.
헤어지자고, 생각하기까지 얼마나 아팠는데
헤어지자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 말이 참 쉽게 나오는 것 같아 더 슬펐어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픔, 괴로움, 슬픔…
그저 단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감정들,
그것들이 하나하나 밀려들어오는 듯했다.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
무뚝뚝하지만, 날 애타게 하는 버릇도 많았지만,
그래도 날 사랑했다는 거, 너무 잘 알아요.
그런데…… 안 되겠어요.
나 혼자서만 표현하는 사랑, 이젠 안 할래요.
자존심이 더 우선이었던 사랑, 이젠 지쳤어요.
난 이미 이렇게 닳아버렸는데,
날 그렇게 만든 건 결국 당신인데,
그랬으면서…… 마지막 사랑이 나였대요.
아뇨, 이젠 다음 사랑을 찾을래요.
자존심보다 내가 우선인, 그런 사랑을 찾아갈래요.
잘 있어요.
사랑…했어요.
마지막 음성.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제서야 목청껏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나도 널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 자리에 그녀는 없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음성 메시지만 있었을 뿐.
나의 사랑이, 날 두고 떠나갔다.
그 자리엔, 눈물만 남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4-5hHzm_fWc
고맙다는 그 말 잘 못하는 사람
미안할 땐 괜히 더 화내는 사람
통화하다 먼저 끊는 사람
지난 사랑 얘길 늘 하는 사람
미리 해둔 약속 잘 어기는 사람
했던 얘기를 또 물어보는 사람
괜찮다고 걱정 말라 하면
그 말 믿는 사람
그게 나래요
그녀가 말했죠 여자를 떠나게
만드는 남자들을 아냐고
그 이유 다 갖춘 사람 oh~ 다 나래요
그래서 날 떠나갔죠
그녀는 모르죠 나 얼마나
그녈 많이 사랑한지
그녈 위해선 아마 더 한 버릇도
내가 다 고쳤을 텐데
그녀는 모르죠 내 모자란
자존심에 말 못했던
수많은 얘기 눈으로만 말한 걸
아마 듣지도 못하고 가나봐요
말하지 않아도 내 맘 아는 사람
약속에 늦어도 웃어주던 사람
작은 선물 뜻없이 건네도
좋아하던 사람
그게 그녀죠
그녀가 말했죠 이별한 후에 더
차가운 여자 맘을 아냐고
만날 때 후회 없었던 oh~ 그 이유라
미련조차 없다 했죠
그녀가 떠났죠 이렇게 날
미련 속에 남겨두고
미안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서
후회 뿐인 나를 두고
그녀는 떠났죠 다음 사랑
이래서는 안 된다며
내 마지막은 그녀였단 얘기를
끝내 듣고도 모른 체 가나봐요
그녀는 모르죠 나 얼마나
그녈 많이 사랑한지
그녈 위해선 아마 더 한 버릇도
내가 다 고쳤을 텐데
그녀는 모르죠 내 모자란
자존심에 말 못했던
수많은 얘기 눈으로만 말한 걸
아마 듣지도 못하고 가나봐요
나의 사랑이
날 두고 떠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