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vs 말, 혹은 블로그 vs 유튜브

by 유이경

이건 다 돈 때문이다.

남편에게 나 블로그 할까 운을 떼어 봤더니 냉큼 한다는 소리가 “유튜브나 해.”. 에엑. 유튜버가 되겠다며 고가의 장비까지 사놓고는 꼴랑 두 개 찍어 올린 초짜 유튜버 남편과 가상의 카메라 앞에서 매일 한 편씩 유튜브를 찍는 미래의 유튜버 아이와는 전혀 딴판인 사람,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유튜브에 관심 없는 사람, 그게 나다. 남편이 부인 살 빼주기 콘셉트로 유튜브를 찍자며 꼬셔도 만만의 콩떡, 대꾸도 하지 않던 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편의 말에 냉큼 “말도 안 돼.”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다 돈 때문이다. 블로그보다 유튜브가 돈이 된다는 말에(나도 모르던 사실은 아니지만 워낙 열외라 생각했던지라) 나도 모르게 정말 진지하게 한 십 분 고민하다가 겨우 “에이, 난 못하지.” 질질 끄는 말투로 남편에게 들릴락 말락 던졌다. 그래 놓고 손가락으로는 열심히 요즘 북튜버들은 어떤 콘셉트인지 조사하고 있었다.


요즘 돈이 심하게 벌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손으로 돈 벌지 못하는 전업 주부의 설움을 아무도 주고 있지 않은데도 나는 이상하게 요즘 더 자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리 찔끔 저리 찔끔 돈 벌 궁리를 하다가도 나의 애매한 현실 때문에 주저앉기를 반복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블로그를 떠올린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부 블로거들을 보며 뭘 저리 열심히 하냐 했던 주제에 말이다.


그런데 내가 유튜브는 안된다고 자꾸 못을 박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유튜버를 하려는 사람이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니 말이 되는가. 어떤 것들이 올라오고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나는 아는 것이 없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오기까지 기다리지를 못한다. 아주 성격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말에 약하다. 나는 말로 떠드는 설명에 약하다. 나는 글이 편하다.


학교를 다닐 때에도 수업 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듣는 것보다 혼자 교과서와 문제집의 글을 보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빨랐다. (그래서 수업을 듣지 않았다는 아주 편리한 변명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어떤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에 나는 요즘 사람들처럼 영상을 찾아보지 않고 블로그 글을, 더 심화된 정보가 필요하다면 책을 찾는다.


그런 내게 언젠가부터 유행한 티브이 프로그램 자막은 아주 유용했다. 자막의 단점에 대해서 한참 말들이 있었던 걸 안다. 하지만 나는 다다다다 빠른 말들 사이에서 놓치는 것들을 자막에서 편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 즐겨 보는 넷플릭스 자막도 아주 좋아하며 이용한다. (한국 프로그램을 볼 때 자막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내가 왜 텍스트에 더 강한 사람(이라 말하고 영상과 소리에 약한 사람이라 읽어야 함)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릴 때부터였다는 것은 안다. 전화 수화기 너머로 부모님에게 정보를 전달하라는 어른들의 지시가 세상 제일 힘든 미션이었다. 귀에는 들리지만 뇌까지는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 내 뉴런이 귀에서 뇌까지 잘 안 닿게 생겨 먹었나.


지금 세상에 이렇게 뒤떨어지는 뉴런이 있나. 유튜브뿐 아니다. 클럽하우스(이젠 그새 한물갔다고 하지만)도 텍스트가 아닌 목소리로 승부하지 않나. 왜 이리 말과 영상 기반 서비스가 많은지. 사람들은 점점 글에서 멀어지고 말과 가까워진다. 그래선지 참 세상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유튜브를 할 거라고? 안 할 거라고? 모르겠다. 그래도 똥밭에 굴러도 익숙한 똥밭에서 굴러야 하는데 싶다. 그러면서도 말은 안 하고 나 좋아하는 자막으로만 때우는(?) 유튜브를 보며 살며시 웃는다. 유튜브는 둘째치고 우선 블로그한테나 진지해져 보자. 그런데 진짜? 언제? 지금? 모르겠다. 고민한 게 어디야. 고민이 반이다.




blog vs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