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시계는 돌아간다

by 유이경

언제나 나보다 일찍 일어나 있는 아이 아침밥을 후딱 차려주고 주말 아침의 내 자리로 돌아온다. 곱게 펼쳐 놓은 이불 위는 그 시간의 내 고정 자리다. 아이도 주말 아침의 자유를 누린다. 티브이를 틀어놓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해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


아이는 아침밥을 다 먹고 이제 혼자만의 시간에 돌입했다는 것을 이불 위에 나에게 통보한다. 그 시간이 시작되면 엄마나 아빠는 아이가 지정한 공간에서 나오면 안 된다. 보통 주말 아침은 거실이 아이 공간이고 나는 안방에, 남편은 고양이 방에 갇힌다. 아이도 신나고 나도 신나고 남편도 신나는 시간, 시작!


나는 내 성역에 드러누워 몇 년 동안 너무도 성실하게 산 자신을 한풀이하듯 풀어놓는다. 물론 핸드폰과 함께다. 꼭 그렇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잠시의 자유시간이면 나도 모르게 손에 척 붙어버리는 녀석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뒹굴뒹굴 멍하니 계속 이어서 보게 되는 인스타그램 릴스에 홀려도 보고, 넷플릭스 공개 예정에 반짝 흥분해 건넛방에 있는 남편에게 공유하기도 하고, 괜히 한 판만 할 거야 하고 게임에 들어갔다가 연속 실패로 집착도 해보고. 잠시의 시간은 잘도 늘어난다. 헙. 뒤늦게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왜 이런 무용한 시간은 잘도 가는 거야.


뒤늦게 아이에게 안방으로 내몰리면서 챙겨 온 책과 연필을 찾아본다. 책을 펼쳐보려다 말고 커피 생각이 나 벌떡 일어난다. 거실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려온다.


자, 이제 진짜 책 읽을 준비가 끝났다. 안방 작은 내 앉은뱅이 테이블 위에 책과 연필, 커피를 세팅해 놓고 집중력 높여주는 이어폰도 귀에 꽂고 책 읽는 시간을 체크해주는 앱도 켜 놓는다. 살살 시동을 걸어 집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순간,

“엄마!”

“엄마! 놀자!”

“엄마! 게임하자!”


내가 대답할 때까지 부르겠다는 의지를 활활 태우며 문을 벌컥 여는 아이. 큰 한숨이 몰려온다. 틀렸다, 틀렸어. 오늘도 낮 독서는 글렀다.

“아유, 넌 왜 꼭 엄마가 책 좀 읽으려고 하면 놀자고 하냐~~ 책 한쪽 읽었다야!”


음... 나도 안다. 아이 탓이 아니다. 아이는 내게 자유 시간을 한 시간도 넘게 주었다. 그러면서도 투덜거림을, 매번 반복되어서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투덜거림을 아이에게인지 나에게인지 쏟아낸다.


아이는 요즘 엄마 아빠와 함께 닌텐도 게임하는 것에 푹 빠졌다. 그것이 나도 남편도 싫지 않아서 말로는 “아유, 진짜, 별로 안 하고 싶은데.”라면서도 흩어져 있다가도 냉큼 거실로 모인다.


오후 시간은 항상 훌쩍 지나간다. 점심 차리기, 치우기, 간식 차리기, 치우기, 놀이터 다녀오기, 저녁 차리기, 치우기, 목욕시키기, 재우기. 육아의 시간이 집중되는 시간은 매일 반복되어도 참 바쁘다. 남들 다 하는 아이 키우기를 주말에도 쉬지 않고 실행하고 나면 밤에야 다시 나의 시간이 돌아온다.


오늘도 어떻게 잘 보낸 것 같은데 밤만 되면 속이 뭔가 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기분을 없애려면 책을 들어야 한다. 책을 읽어야지, 속을 채워야지, 나로 돌아가야지.


책을 읽어야지, 텅빈 곳을 채워야지, 으쌰으쌰







매거진의 이전글글 vs 말, 혹은 블로그 vs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