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깎다가 생각하다

by 유이경

나는 내 손톱이 싫었다. 이런 디테일에까지 호불호를 가져야 하나 하면서도 손톱을 깎을 때마다 못마땅했다. 동글 넓적한 아기 손톱 같이 생긴 내 손톱. 매니큐어 모델의 손톱은 고사하고 보통 다른 여자들의 손톱과 비교해도 참 넓적하고 동그랗다. 손톱을 기르고 매니큐어로 착시 효과를 줘야지만 그나마 봐줄 만해서 손톱에 공을 들이던 시절도 있었다. 네일숍에 가고 니퍼니 탑코트니 어쩌고들을 사놓고 쓱싹쓱싹 갈고 바르고 했던 시절이. (그런다고 그리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네일숍을 다니고 손톱에 신경 쓰던 시절을 지나 바짝 손톱을 깎아야 직성이 풀리는 시절로 들어선 지금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손톱을 깎으면서도 어떻게 깎아야 덜 동글 넓적하게 보일까 고민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 참 불편하게 사는구나. 손톱 모양까지 예뻐야 한다니!


생각해 보니 내 손톱만이 아니었다. 내가 불만이었던 녀석들은 손톱, 손톱이 올려져 있는 손, 그리고 몸에 비해 두꺼운 팔뚝, 굴곡이 없는 발목 등등 계속 이야기하라고 하면 할 수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어느 친구라도 금세 합세했다. 손은 자기야말로 이상하고 발 모양도 이상하며 자기 골반도 엉덩이도 문제라고, 친구들도 나 못지않게 계속 이야기할 수 있었다. 특히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십 대와 이십 대 때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남자들은 화장실 거울 앞에 혼자 설 때면 자신감이 넘친다고 한다. 이 정도면 멋지지, 정말 멋진데 하면서 말이다. 여자들은 거울 앞에 혼자 설 때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을 찾아낸다. 여기만 좀 더 이랬으면, 누굴 닮아서 여기는 이런 걸까 내 몸속의 유래를 따져보기도 한다. 그래 봤자 전혀 소용없지만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 몸에 대한 불만은 대부분 오빠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나는 사실 내 몸이 어떤지 잘 몰랐다. 그저 오빠들이 내 몸을 조각조각 해체해서 말해주는 말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내 다리가 정말 몹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길이도 곡선도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하나같이 모두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산 지 이십 년은 지나서 알았다. 나는 그냥 평범한 다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이런 이야기를 오빠들에게 하면 머쓱해하며 그저 이렇게 말한다. 너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랬던 거라고. 내가 어떤 마음속 지옥에서 살았는지 오빠들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오빠들 역시 자기 몸에 불만은 있었다. 하지만 대개 몸의 한 부분이었고 그걸 나나 다른 사람이 지적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누구나 사춘기 때 가질 수 있는 콤플렉스였다. 나도 그런 평범한 콤플렉스 하나 정도만 갖고 싶었다.


내 남편의 손톱을 본다. 나보다 더 둥그렇고 나보다 더 못 생겼다.(사람들이 따지는 예쁜 손톱과 비교했을 때 말이다.) 하지만 한 번도 남편이 자신의 손톱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우리 아이의 손톱을 본다. 나랑 비슷하지만 작고 귀엽다. 아이가 자신의 손톱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아니, 다른 어디도 자신의 몸을 두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다만 너무 말랐다고, 조금 더 쪘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자기 더 큰다고 하루에 한 번씩 몸무게를 재는 것만 할 뿐이다. 아직은 그렇다.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거울을 들여다보고 성형외과에 앉은 것처럼 스스로를 판단하고 상상 속으로 어디를 올리고 내리고 깎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딸뿐 아니라 다른 어느 딸들이라도, 어느 아들들이라도.



Photo by Patrícia Helling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