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아이의 시간이 늘어난다

by 유이경

아이가 학원을 가는 모양이다. 걸어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길가 화단에 핀 꽃을 유심히 쳐다본다. 뭐가 그리 좋은지 뭐가 그리 신기한지 한참을 쳐다보고 있다. 나는 내 아이가 학원에서 나오기를 건너편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그 아이를 보면서 문득 생각한다. 혼자 걷다가 꽃을 저리도 유심히 쳐다보는 저런 모습을 지금 저 아이의 엄마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 들어가 있는 시간들을 제외하면 항상 옆에 찰싹 붙어있던 나로서는 그런 사소한 모습조차 놓치지를 않았다.


내 아이는 아홉 살이다. 혼자서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놀이터에 가고 가게에도 가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난다. 내 아이는 잊을 만하면 물었다. 나는 언제부터 혼자 다닐 수 있어,라고 말이다. 아이의 질문이 더해질수록 나의 단순했던 고민이 조금씩 깊어졌다.


친구는 얼마 전 내 아이와 똑같은 나이의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목격했다. 더군다나 자기 아이와 놀이터에서 종종 놀기도 하는, 그래서 얼굴도 아는 아이라고 했다. 그런 아이도 생기는 나이다, 아홉 살은.


“아홉 살”이 들어가는 책 제목이 꽤나 많다. 몸도 마음도 본격적으로 커나가기 시작하는, 무언가를 알기 시작하는 상징적인 나이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아이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혼자의 시간을 책임져 나가는 것을 지켜본다. 나도, 아이도. 아이의 의구심이 불만으로 번지기 전에 결정을 내렸다. 집 앞 학원은 혼자 간다. 단, 핸드폰을 들고 갈 것. 도착했다고, 끝났다고 연락할 것. 아직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는 신나서 방방 뛰며 소리를 질렀다.


처음으로 혼자 학원에 간 날, 나는 아이가 혼자 걸어갈 거리를 상상하며 시간을 쟀다. 내가 생각했을 시간에 아이는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왔고 아무런 일 없이 여전히 들뜬 채로 집에 돌아왔다. 의기양양하게 방에서 일하고 있던 아빠에게 내가 혼자 학원에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아이가 혼자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이제 보름. 그새 나는 느슨해져서 아이가 학원에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도 문자가 온지도 모르고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답장 안 하면 나중에 아이에게 혼난다.) 어찌나 적응에 빠른 인간인지, 그동안 왜 그리 오래 고민하고 안 된다고만 했는지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아이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엄마, 길 건너편 학원은 언제부터 혼자 다닐 수 있어? 엄마, 놀이터는 언제부터 혼자 다닐 수 있어? 엄마, 아예 혼자 다니는 건 언제부터 할 수 있어? 음... 막연하게 시간을 늘려본다. 줄이는 건 언제나 할 수 있는 반가운 일일 테니. 열 살? 그건 열한 살?


내 아이는 길을 걷다가 무엇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출까. 내 아이의 눈을 사로잡는 건 무엇일까. 학원에 갔다가 오는 그 짧은 오 분, 십 분의 아이만의 시간이 그래도 아직은 어색하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