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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24. 2021

지폐의 미래 : 지폐에 인물이 사라지기를

지폐의 세계사

$ 007 가방과 사과박스


지폐 좋아하시나요? 저는 참 좋아합니다만.

지폐가 그득 찬 007 가방이나, 지폐가 차곡히 쌓인 사과 박스, 그 사과박스가 가득 찬 트럭, 이런 거 누구나 자주 주고받잖아요. 아직 주고받지 못하셨다고요? 그럼 저에게 한번 줘 보심이.

그런데 이제는 지폐를 잘 쓰지 않지요. 동전은 더 그렇습니다. 대신 카드를 쓰지요. 007 가방이나 사과 박스는 온라인이 대신 하나요?, 아니요 계속 쓰이려나요?


$ 외국 지폐


그래도 아직까지는 외국돈은 지폐로 환전을 꼭 하지요. 카드를 쓸 수 있을지 모를뿐더러,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환전을 하고 달러화나 유로화를 손에 쥐었을 때의 설렘은 사실 지폐라서 그러기보다는 여행의 기대감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 지폐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지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에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지폐는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지요.


$ 앞면 인물


먼저 지폐 앞면을 보면 대게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순신 장군, 황희 정승, 세종대왕, 신사임당,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을 꼽은 것일 겁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장군, 정승, 대왕 이렇게 계급 순으로 천 원, 오천 원, 만 원, 권면 순이 딱 들어왔는데, 갑자기 신사임당께서 등장하심으로 인해 헷갈리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대왕이 정승보다 권면이 높으니까 훌륭하다는 것은 편견이지요. 마찬가지로 이순신 장군이 세종 대왕보다 더 훌륭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계급 순은 오해였나 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물을 지폐의 앞면에 등장시킬까요?

이에는 다분히 정치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자화상을 만인에게 뿌리고 싶어 하는 '관종'의 욕망이 지폐에 반영되어 있지요. 다만 소셜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지폐는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었을 뿐이었겠지요.

특히 독재자이거나 폐쇄된 사회와 국가일수록 독재자나 권력자, 또는 왕이 지폐에 등장한다는 면에서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예술과 정치 사이에 섞일 수 없는 아이러니와 돈이라는 욕망의 틀에 담긴 적나라한 자화상을 나타내지요.


$ 뒷면 예술


반면에 지폐 뒷면에는 보통 그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이나 회화 작품이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여행에 앞서서는 그 나라의 여행할 곳은 이 지폐만 보면 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생각을 못했습니다. 단순히 앞면의 인물만 본 것이고 숫자만 본 것이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을 보고 있었네요.

지폐는 이와 같이 그 나라의 문화를 나타내는 수단이지요. 또한 역사가 들어 있습니다. 명작이 축소되어 지폐에 들어 있기도 하지요. 다음부터는 지폐를 좀 자세히 살펴봐야겠네요.

가끔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이나 식물이 등장하기도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입니다.


$ 가상화폐


그에 비하면 가상화폐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상징적인 표시만 하지요. 비트코인은 B자가, 도지 코인은 시바견을 상징적인 의미로 내세웁니다. 태생이 지폐는 아니기에 인물이나 배경이 등장하지 않지요. 그런데 그것이 가상화폐기에 오히려 인물이나 배경을 집어넣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좀 더 고민을 해야겠지만, 가상화폐의 탈 집권화, 블록체인으로서의 안정성을 대표할 수 있는 그림을 나타낸다면 어떨까요? 앤디 워홀이나 마크 로스코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이 배경이 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아니면 AI가 그린 작품으로 상징성을 더하든지요.


여하튼 가상화폐에는 지폐에 비해 뭔가 그림이나 예술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진짜 화폐가 아니라서 그런지 문화적인 그리고 예술적인 결핍이 느껴지거든요. 뭐 거래자들은 당장 그런것이 중요한게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지폐의 미래


안타깝게도 딱 봐도 지폐의 멸망은 막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동전만 해도 사라지고 있잖아요.

다만 지폐는 사라지겠지만 위와 같이 문화적 상징성이나 예술 작품으로는 계속되겠지요. 가상화폐가 가질 수 없는 측면 입니다. '배워라 가상화폐야'


아니면 007 가방아니 사과박스의 낭만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지폐를 선호해서 남을수도 있지요. 가상 화폐로 블랙 머니를 옮겨 가지 못한 이상 지폐의 수요는 계속될 수도 있겠습니다. 검은돈은 언제나 필요로 하거든요.

 독재자도 계속 지폐에 자신의 초상화를 넣고 싶어 하려나요?


다만 제안컨데 지폐 앞면에 인물은 그만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손도 타고 깨끗하지도 않은데 굳이 얼굴이 들어가 있는 것은 별로라서요. 권면별로 훌륭함을 오해 받는 것도 그렇지요.

이제 독재자들도 자신의 초상화를 지폐에 넣는 것은 그만 두었으면 좋겠고요. 왕도 과감히 앞면에서 빠져주세요.

아예 앞면에 인물이 나와야 하는 고정 관념은 지폐의 세계에서도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지요. 아쉬우면 조그마하게 뒷면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던지요.


다만 지폐가 사라진다면 환전의 설렘이 사라질것 같아 아쉬움이지요. 사이버 환전은 여행의 설렘이 덜할 것 같아요.

여행 때 지폐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지폐가 사라지기 전에.




지폐의 세계사

한줄 서평 : 각국의 지폐의 역사를 감상하는 즐거움 (2021.05)

내맘 $점 : $$$$

셰저칭 지음 /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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