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웹소설로 대박나고 싶어요
이 책을 집을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웹소설은 써 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대박'이라고 욕망을 대놓고 자극하고 있는 제목은 미심쩍기까지 합니다. 특히 글쓰기에 대해 감나라 배나라 오나라 당나라 코치하는 글들은 주식 리딩방 같은 느낌이 들기에 선호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웹소설이나 웹툰 기반 드라마도 많이 있기에 뭐라고 하고 있는지 스리슬쩍 집어 들어 보지요. 마치 아무도 몰래 웹소설을 써볼 것처럼요.
생각해 보니 웹소설은 써볼 생각도 안 해봤지만 읽어 본 적도 없습니다. 웹툰도 본 적은 있긴 하지만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요. 그 대신 웹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여러 편 본 것 같습니다. 볼 때는 몰랐지만 최근 본 '지금 거신 전화는'도 웹툰 기반인 듯하고 예전에 본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재벌집 막내아들'도 웹소설과 웹툰에 기반한 드라마 인가 보네요.
드라마가 되는 과정은 웹소설에서 웹툰으로 발전하거나, 웹툰이 다시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웹툰에서 바로 드라마로 가기도 하지만 역시 시작은 웹소설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지요. 그러므로 만화 그리는 솜씨가 없더라도 글로 쓰면 웹툰도 드라마도 다 가능하답니다. 단 미칠듯한 재미있어야 한데요. 지루하면 죽음뿐이라지요.
그런데 웹소설에는 다른 소설이나 글과 달리 특정한 클리셰가 있는 듯합니다. 즉 휴대폰을 통하여 빠르게 읽고 독자층이 구분되어 소비되는 특성상 초반에 흥미를 사로잡기 위한 장치 같은 것이지요. 장르 자체가 여성 독자를 위한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남남 커플로 나뉘고, 남성 독자를 위한 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것은 여성 독자향 '현대 로맨스'인가 보군요. 드라마로 제작하고 공감하기에도 무리가 없기 때문에 가장 선호되는 장르랍니다. 아이돌을 졸업하면 웹소설로 옮겨가는 걸까요? 여하튼 이 장르가 선호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매출, 즉 돈이 되기 때문이라네요.
그리고 트렌드에 따른 키워드, 고구마 안되고 절대 사이다 전개, 남주와 여주의 익숙한 만남과 흔한 우연, 남주의 똑똑함, 주인공의 각성, 충격적인 사건으로의 시작, 주인공의 확고한 목표, 똑똑하고 악역다운 악역, 매회 기승전결에서 기승기ㄱ, 즉 '결'이 아니라 '기억(ㄱ)'에서 꺾는 절단신공 같은 것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회귀'와 '빙의'라는 키워드도 치트키인 것 같은데 주인공이 미래에서 왔다거나,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알 수 있는 게 능력이라고 하네요. 독자가 캐릭터에 빙의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요소랍니다. 한마디로 웹소설의 세계는'지루하면 죽는다'를 모토로 한 강력한 독자 중심의 글쓰기 전쟁터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장르와 요소는 너무 뻔하고 이제는 누구나 다 쓰고 있기 때문에 야간의 클리셰 비틀기도 필요합니다. 최근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의 경우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처럼 당연히 비서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남자가 비서이고 여자가 대표님이어서 클리셰를 살짝 비튼 경우라고 볼 수 있지요.
그 밖에 웹소설은 미친 제목과 소개글, 간결한 문체, 캐릭터의 사전 디자인, 적절한 퇴고 끊기 등 글을 쓰는 데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여럿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글쓰기의 유튜브 세계처럼 느껴진다랄까요?
웹소설은 써볼 생각이 없었지만 이 책을 읽고 너니 더욱더 쓸 생각이 없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장르의 템포가 너무 빠르고 재미 위주의 빠른 소비 세계에 전혀 적응하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드라마는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항상 남주와 여주의 뻔한 클리셰는 오글거리기가 일쑤였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너무 초반에 집중한 나머지 웹소설과 웹툰 기반의 드라마의 결말이 왜 그렇게 흐물흐물하게 허무하게 끝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웹소설을 꼭 쓰지 않더라도 책은 역시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고 생각지 못한 드라마의 바밀을 간파하게 되었으니까요. 꼭 '대박' 단맛이 아니라면 어떻습니까? '소박' 오래 남는 맛도 대박 괜찮으니까요.
웹소설로 대박나고 싶어요
한줄 서평 : 소박하게 대박 (2025.01)
내맘 $점 : $$$
한율설 지음 / 소담출판사 (202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