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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해보겠습니다. 무속!

feat 나의 사주명리

by E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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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해 봐야 할 게 참으로 많습니다. 남들이 그렇게 좋다는데 다 해봐야지요.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그 21세기 최고의 사자성어의 주인공,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쫄깃해지다 못해 터질 것 같다는 과호흡 불륜을 저도 해보았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무속의 힘이 그렇게 영험하답니다. 최고의 직위에 오르기 위해서 거쳐야 할 필수 영재학교 같은 것이었지요. 나만 몰라 떨어졌는데 나 몰래 비밀과외를 받고 미래를 다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저도 해보겠습니다. 무속!


저도 해보겠습니다. 무속!


그런데 불륜이고 무속이고 우리 같은 문자쟁이들은 글자로 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실제로 일단 저지르고 보기보다는 책을 펼쳐듭니다. 불륜이고 무속이고 책에 나오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무속이 아니라 사주입니다. 사주팔자라고도 하고 명리라고도 하지요. 예로부터 명리학이란 이름의 어엿한 학문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점괘와 뒤죽박죽 섞여버려 무속이란 이름으로 엉떵그려진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 굿 같은 것이 한몫한 것 아닐까요? 사주가 안 좋다고 굿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거든요.


무속은 생각하기에 따라 남의 남의 일 같지만 사주와 명리는 생활에 꽤 가까이에 있습니다. 연말이 되었으니 네이버 운세에서도 신년 운세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재미 삼아 보지만 다 사주에 그 기반을 두고 있지요. 그렇다고 네이버를 무속 사이트라고 하진 않지요. 올해는 갑진(甲)년이라고 해서 푸른 용의 해라 하였지요. 그 리고 새해는 을사(乙巳)년으로 푸른 뱀의 해가 되겠군요. 이 해석의 근거 또한 사주입니다. 용이나 뱀 같은 12 동물로 표현되는 띠 또한 사주 속 12 지지에서 가져온 것이지요.


그래서 사주 명리를 알면 여러모로 풍부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요즘 MZ들이 MBTI로 성향을 파악하듯 마치 사주 명리는 으른들의 MBTI 같은 것이거든요. 실제로도 사주는 개인의 성격에 MBTI 보다 훨씬 더 높은 정확도를 나타낸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복잡하고 난해하지요. 이해하고 외워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고요. "저도 해보겠습니다!"라고 말은 쉽게 했지만 단적으로 불륜보다 훨씬 어려운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불륜은 직접 하지만 사주와 운세는 "그냥 돈 주고 볼래요"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시키는지도 모르지요.


따라서 MBTI를 무속이라고 말하지 않듯이 사주를 무속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하지만 이를 너무 맹신한다거나 악용하려는 의도가 맞물리게 되면 항상 문제가 일어나지요. MBTI에서 'F'가 'T'를 배척한다던지 채용에서 'I'는 뽑지 않고 'E'만 뽑으려 한다는 식으로 치우치게 되면 말이지요. 더군다나 MBTI는 직접 내가 결과를 뽑아보지만 사주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가 어려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다는데 문제가 발생하지요.


그런데 사주 명리는 단순히 MBTI의 성격의 궁금함을 넘어서 크고 넓은 미래를 궁금해한다는데 스케일이 다릅니다. 연월일시로 구성된 사주의 조합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미래에도 계속되는 코드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무도 검증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디 미래를 쉽게 알 수 있나요? 그리고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그거 정확히 알았으면 이러고 있지 않겠지요.


다만 힌트를 조금은 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성격이 불같은 사람에게는 때로 그렇게 불 같이 행동하다가 내란이라도 일으켜서 결국 감방 갈 수 있겠다든지, 물 같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물처럼 맹탕으로 처리하지 말고 자를 건 자르고 붙일 건 붙여서 좀 더 명확하게 처리하라든지, 조언을 할 수 있겠지요. 양면성이 따르기 때문에 균형과 조화가 필요합니다. 장점을 더 극대화할지, 단점을 보완하고 볼지,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발생하지요. 무리하다간 돈은 버는데 건강을 잃는다든지, 욕망만 앞서면 명예를 잃는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주 명리는 균형과 조화의 중용을 추구하는 학문이라고도 보입니다. 한쪽을 취하면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 그리고 그것이 너무 과하면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되기에 때를 따라 수없이 조심하기를 일러주는 듯 보이지요. 비단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이는 사회에서도 조화를 이뤄야 함을 의미합니다. MBTI에서 'F'만 넘쳐나고 'T'가 없다던지 하면 균형이 깨지고, 채용에서 'I'와 'E'의 분산이 필요해야 위기 때 대응 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사주 명리의 이론이 꽤 오래고 꼼꼼함으로 보완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예측이 쉽지 않음은 이처럼 각 개인 간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더군다나 과거에 비해 현재는 그 관계되는 사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지요. 그 운명의 섞이고 뒤틀림으로 인해 개인의 미래는 필연이어도 우연일 수밖에 없는 소용돌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할까요?


그러므로 사주 명리의 교훈은 정해진 것은 없으니 때를 따라 분별하고 균형을 잡으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잘 나갈 때 겸손할 필요성과 그렇지 못할 때에는 자중하고 준비하면 기회가 오리라는 희망의 메시지지요. 일례로 이번 갑진내란(甲辰內亂)을 보면, 과격하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무리하게 반란을 도모하다 삼족이 멸하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지요. 균형 있게 보다 신중하고 유능한 참모를 있었더라면, 오히려 잘 나갈 때 겸손하였더라면, 그리고 다 죽게 되어 불리할 때는 어떻게든 몸을 낮춰 용서를 구하고 수습하였더라면, 최악은 면하리라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반대로 하고 있는 것이 문제지요.


그래서 "제 팔자 개 못준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자아도취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힌트마저 눈 가리게 하는 무서운 장막이기 때문입니다. 양면성이 있는 사주 명리의 해석을 버리고 좋은 점, 또는 나쁜 점만 취하여 멋대로 해석하고 빠져들면 이런 문제가 생겨나지요.


사주 명리에 따르면 을사(乙巳)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알 수 없지만 그러면 무속이 아니지요. 갖다 붙인 사주 명리의 해석으로는 화초 을목(乙木)이 뜨거운 불 사화(巳火) 위에 올라앉은 형국입니다.


을사년은 역사적으로는 을사사화, 을사늑약과 같이 연약한 화초가 뜨거운 심판의 불위에 섰던 해입니다. 을사사화 때 대윤의 당파는 뜨거운 불의 심판으로 풍비박산이 났지만, 반대로 소윤은 따사한 불을 쬐며 꽃 피우는 권력을 누렸지요. 갑신정변과 같이 나라가 위태하다 을사늑약으로 나라가 넘어간 것처럼, 을사년에 트럼프는 한없이 약해진 우리나라에게 늑약에 가까운 요구를 해 올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반대편에 서서 불에 타 죽을 정도의 권력과 일을 감당하며 견뎌내야 될 수 도 있지요. 국가로는 을(乙)은 일본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불 위에 앉아 있으니 꿈틀거리던 후지산이 드디어 뜨겁게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일이고요.


허무맹랑하고 이현령비현령이지만 틀리면 술레, 맞추면 영험. 무속은 이런 것입니다. 과연 최고의 권력을 무소불위 누리다가 결국 감방에 가는 사주는 좋은 사주였을까요? 나쁜 사주였을까요? 그 어떤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과한 것이 득이 되었다가, 과한 것이 독이 되고, 주워 먹었던 훔쳐 먹었던, 먹을 만큼 먹었으면 베풀고 양보도 해야 했던, 전문용어로 쌤쌤, 균형을 놓치고 더 누리고 더 갖겠다고 한없이 부린 욕심이 화근이었겠지요.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든, 못했든, 그것은 실패한 가짜 무속입니다. 그것은 사주 명리를 잘 알거나 무속을 알지 못하는 평범한 우리에게 조차도 언젠가 감방에 가게 될 것이 뻔히 눈에 보이는 것이거든요. 그러므로 누구든 휘둘리지 않고 바로 볼 수 있으면 무속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해보았습니다. 무속! 이제 코끼리 뒷 걸음 치다 맞추고 영험할 일만 남았다지요.


나의 사주명리 - 심화편

한줄 서평 : 저도 해보겠습니다. 무속! (2024.12)

내맘 $점 : $$$

현묘 지음 / 태학사 (20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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