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스타벅스, 우영우, 딥시크
'대왕고래'가 고래의 순수한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무척 흥분하며 화를 낼 것 같지만, '고래'라고 하니 무엇보다도 모비딕에 나오는 '고래'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알면 옛날 사람 같지만 '송창식'의 노래, "자 떠나자 고래 바다로"라는 가사가 저절로 맴도는 '고래 사냥'이라는 노래도 떠오르지요. 그리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딥시크(Deepseek)의 로고도 우연히 고래였네요.
모비딕(Moby-Dick)은 '허먼 멜빌'의 장편 소설로 소설 속에 나오는 고래의 이름입니다. 1820년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포경선 '에식스호(Essex)'가 커다란 향유고래에 받혀 침몰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되었다고 하지요. 내용은 모비딕 때문에 다리 한쪽을 잃은 에이허브 선장이 복수를 하기 위해 선원들을 이끌고 모비딕을 쫒는 이야기입니다.
'모비딕'은 미국문학의 낭만주의와 상징주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하여 19세기를 대표하는 영문학계의 비극적 대서사시로 칭송받고 있지만, 출판 당시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멜빌이 72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미국에서 고작 3200부가 팔렸다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1851년 모비딕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이 소설을 헌정받은 작가 너새니얼 호손과 호손의 아내 소피아 정도를 빼고는 아무도 모비딕에 주목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러나 허먼 멜빈 사후 20세기 중반에서야 멜빌 부흥 운동이 일어나고 재평가를 받게 되면서 현재는 미국 소설의 고전이자 명작으로 추앙받으며, 수많은 작가와 철학자, 정치인들 조차 영감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과연 '이상한 고래 모비딕'다운 면이 있다고나 할까요.
'모비딕'이 유명한 것은 단순히 고래를 쫒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다라는 대자연에 대한 겸허함은 물론 모든 생명체에 대해 자성조차 없었던 기독교 문명의 오류와 자만, 그리고 인간의 타락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선장 에이허브(Ahab ; 아합)와 이스마엘 등 여러 인물들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차이, 믿음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19세기 당시 세계 최대의 포경업으로 미동부지역을 휩쓸던 물욕과 탐욕의 물질주의와 신분제도 및 신을 잃어버린 기독교 문명의 썩고 비린내 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에 현재까지도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모비딕(Moby Dick)은 '거대한'이란 모비(Moby)와 '성기'를 일컫는 속어인 딕(dick)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실제 238톤에 달하는 에식스호를 머리로 두 차례 박치기하여 단 10분 만에 침몰시킨 향유고래의 일화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19세기 칠레 남부 모카섬에서 주로 출현하며 포경선을 공격하여 소문이 떠들썩했던 '모카딕'이란 흰색 알비노 향유고래가 실제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래 '모비딕'이나 모비딕을 뒤쫓았던 '에이허브' 선장, 그리고 모비딕과의 싸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화자 '이스마엘' 보다 오늘날 더 유명한 것은 포경선 '피쿼드 호'의 1등 항해서였던 '스타벅(Starbuck)'입니다. 스타벅은 모비딕을 잡기 위해 선원들을 선동하는 함상의 독재자 에이허브 선장에 맞서려고 했다가 결국에는 피쿼드 호와 운명을 함께 하게 되는 인물이지요. 그래서 스타벅스(Starbucks)는 결국 이 스타벅의 이름을 따오게 되었을까요? 아무튼 '스타벅'이 최후의 승자라고요.
그래서 스타벅스의 유래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면, 스타벅이란 이름은 지금으로부터 약 1천 년 전 영국에 살고 있던 한 가족으로부터 시작작 됩니다. 그 가족의 사람들이 살고 있던 곳에 갈대가 풍성한 개울이 있어 그곳을 갈대(stor)란 단어와 개울(bek)이란 단어를 붙여 '갈대개울(storbek)'이라 부르고, 그곳에 사는 가족을 '스타벅스(starbucks)'라고 불렀다고 하지요.
그러다 그의 후손 '에드워드 스타벅'이라는 사람이 1635년 당시에 고래잡이를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미국으로 건너가 포경업을 시작했는데, 그 이후 스타벅의 아들들과 자손들은 수많은 고래를 잡아 유명해졌습니다. 그렇게 스타벅이 포경계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1800년대 초, 보스턴의 한 젊은이가 낸터킷 섬에서 포경선을 얻어 타는데, 그 젊은이의 이름이 바로 '모비딕'의 저자 '허먼 멜빌'이었던 것이지요.
그는 포경선을 타고 태평양 일주를 하다가 포경업자들에게서 스타벅 선장의 무용담을 듣고 감명을 받아, 이제 조잡한 소설이 아닌 제대로 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쓴 소설이 바로 '모비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쓰도록 감명을 준 스타벅 선장이 '모비딕'에는 카메오로 등장하게 되는데, 커피에 관한 일화는 좀 싱겁습니다. 단지 '스터브'라는 이름의 사람이 등장하여 그냥 '커피"도 아닌 단지 '커피 주전자'를 한번 언급한 게 다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사실상 스타벅스는 커피라기보다는 고래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요즘과 비슷하게 오버랩되는 점은 이 '모비딕'을 잡기 위한 '피쿼드 호'란 배에 탄 인간 중 정상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등 항해사였던 '스타벅'만이 거의 유일한 이 배위의 정상인이었다는 것이지요. 스타벅은 굉장히 신중하고 이성적인 성격으로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놈은 절대 내 배에 태우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로 '모비딕'을 잡는데 맹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에이허브 선장의 복수심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며 몇 번이나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고 한 번은 총을 겨누기까지 했지만 결국 굳게 마음먹지 못해 실패하게 되지요. 결국은 모비딕을 잡는데 직접 나서는 선장을 대신해 배를 지휘하지만 결국 신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 빌며 피쿼드 호와 함께 최후를 맞이 합니다.
모비딕을 쫒는 배는 그 당시 미국이라는 국가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왕고래를 쫒는 것은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단적으로 상징하며 보여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요. "Bullshit!" 헛소리! 이런 말이 바로 튀어나올 정도의 허상을 내세우는 사기에 배가 침몰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세이렌'과 같이 준동하는 언론의 소리에 현혹되어 배가 난파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바로 '대왕 고래'가 마주한 현실이지요.
이 배의 선장 '에이허브'의 이름은 성경 중 열왕기의 아합(Ahab) 왕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모비딕의 인물들은 사실 모두 성경 속 인물들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요. 아합왕은 이스라엘 최악의 폭군으로, 에이허브도 '피쿼드 호'에서 아합왕처럼 폭군이자 독재자로 행동합니다. 아합왕은 특히 바알 숭배자인 이사벨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우상 숭배를 반대하던 선지자 엘리야를 죽이려고 하지요. 하지만 아합왕은 우상 숭배에 대한 대가로 3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저주를 받아 나라를 도탄에 빠지게 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찬가지로 에이허브 선장도 마침내 모비딕을 향하여 작살을 꽂지만, 그 작살이 연결된 로프에 목이 감겨 최후의 죽음을 맞이하고 배는 가라앉게 되지요. 글쎄요, 이쯤되면 '대왕 고래' 선장의 운명도 궁금해 지는군요.
아마도 '대왕고래'에 1천억 원이란 헛돈을 쏟아부어 남긴 것이라고는 이렇게 '모비딕'을 다시금 찾아본 성과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덤으로 딱 봐도 사기 업체에 지급한 40억 원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겨우 스타벅스의 유례를 찾아보아 알게 된 정도지요. 그 돈을 차라리 딥시크(Deepseek)와 같은 다른 '고래'에 투자했더라면 이 배의 운명은 지금쯤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고래의 아이디어를 흠모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렇게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고요.
'모비딕'을 쫒았던 '에이허브' 선장의 '피쿼드 호'처럼 '대왕고래'를 쫒았던 '아합왕'의 이 배는 지금 크게 난파되었습니다. '모비딕'은 결코 '에이허브' 선장을 공격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이 배의 유일한 정상인 '스타벅'이 경고하고 만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합왕'은 개인적 복수심에 휩싸여 기어코 작살을 던져 배와 전체 선원을 바다에 가라앉게 만들었지요.
'대왕고래'와 '모비딕'을 생각하며 1,040억 원짜리 스타벅스(Starbucks)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