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컨디션
글디션(글dition)
글쓰기의 정신적, 신체적, 특히 영혼적 상태를 일컫는 말. 글과 컨디션(condition)의 합성어로 일반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으나 유독 '브런치'라는 '스토리'에서 '작가'라는 '작자(作者)'들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데 쓰이는 표현이기로 한다.
글디션이 좋다, 안 좋다는 말로 주로, 아니 아주 개인적으로 쓰이며, 이때 "글디션이 좋다"라는 말은 "글이 잘 써진다", "글빨이 잘 받는다", "글이 누가 불러준 것처럼 머릿속에 저절로 생각난다", "비눗방울을 부는 것처럼 글방울이 끊임없이 방울방울 올라온다"라고 할 수 있고, 반대로 "글디션이 안 좋다"라는 것은 "글이 잘 안 써진다",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머리가 도둑맞은 것처럼 뭘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기분이 우울하여 글과 숫자가 섞여 뒤죽박죽 다 모르겠다"라고도 할 수 있다.
글디션을 방금 작자(作者)가 날조해 낸 콩글리시라고 놀릴 수도 있으나 '컨디션'이라고 쓰이는 표현 자체가 이미 콩글리시다. "상태가 좋다"의 영어 표현은 'in good condition' 정도가 될 텐데, 그냥 'condition'이라고만 할 경우에는 '만성 질환'이라는 뜻이 된다.
글디션이 좋은날에는 굳이 하루에 한 편의 글을 고집할 필요 없이 많이 쓰는 것도 괜찮다. 글을 써 놓고 꼭 온도가 낮은 글장고에 넣어 놓지 않더라도 글은 잘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쓸 때와 펴낼 때의 상황이 변할 수 있으므로 신선한 풍미의 글을 내어 놓기를 원한다면 여러 편의 글을 한 번에 쓰고 뷔페를 마련해도 좋을 일이다.
그러나 글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그냥 글을 쓰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쓴 글은 어딘가 꼭 티가 나서 매끄럽지 못한 목 넘김에 컥컥 막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읽어보면 꼭 부끄러움에 이불킥감이다.
숙취해소제로 '컨디션'이란 음료가 나와있긴 하지만 아직 글취해소제로 '글디션'이 출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신 글디션이 느껴지면 '커피'라는 대체제를 통해 약간의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빵'일수도, '술'일수도, '잠'일수도, 각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디션'이란 말의 최초 날조자는 글디션 난조 끝에, '산책, '햇살' 그리고 '바람'을 섞어 가칭 '글디션'이란 글쓰기계의 컨디션 혹은 핫식스를 현재 비밀리에 연구중으로 '브런치'를 통해 구독자 한정 그 효과를 임상실험 후 식약처 및 미 FDA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