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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ul 14. 2024

신 너님 'T' 세요?

feat MBTI3

신과의 교감을 위해 신이 만든 땅을 밟아보고, 신이 만든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고, 그리고 신이 만든 바람과 새들의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교감은 코뿔소뿔! 이내 지치고 만다. 너무 덥다. 햇살이 너무 뜨겁다. 신과의 교감이고, 상담이고 뭐고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앗 상담이라고 했는가?" 이 말은 무르기로 한다. 마치 외통수에 걸린 장기에서 "장이요"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을 그렇게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이 프로젝트는 절대 '상담'이 아니다. 그런 표현을 신은 싫어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의 성격에 대한 연구'에 대한 용역의 일종일 뿐이다. 신이 갑이고 나는 그것을 충실히 행하는 을이니까. 신이 이것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참고로 하든, 갖다 버리던 그것은 신의 마음이지 나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히는 바이다.


그 더운 와중에도 '상담'이란 표현을 지워가며 조심성을 보였지만 더워서 생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다. 여기서 신의 성격이 드러난다. 신이 냉철한 이성주의였다면 세상을 이렇게 덥게 만들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었다. 더운 것뿐만 아니라 추울 때는 또 얼마나 추운가? 만든 세상에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이 정도면 아주 다혈질적 'F' 감정형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겠는가?


그렇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T'(Thinking) 사고형과 'F'(Feeling) 감정형에 대한 이야기다. 'T' 사고형은 업무 중심의 타입이라고 알려져 있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판단하며, 논리적, 분석적으로 '맞다', '틀리다"의 판단을 선호하고 원리와 원칙을 중심으로 논평하기를 좋아한다. 보다 현실주의적이다. 그에 비해 'F' 감정형은 인간관계 중심 타입이다. 사람과의 관계에 주로 관심을 갖으며 상황적, 포괄적 고려를 따라 '좋다', '싫다'의 판단을 선호한다. 협조와 공감을 좋아한다. 보다 이상주의적이다.


신 너님 'T' 세요?


그런데 "너 'T' 야?"라고 물었을 때 이것은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팩폭(팩트 폭행)하며 요즘 유행하는 말이다. 요즈음 현저히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눈치까지 없는 것 같은 신에게 "님 'T' 세요?"라고 묻고 싶은데 의외로 신은 왠지 아니라고 할 것 같다. 그냥 신은 'T'면 좋을 것 같은데, 아니 'T'여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신은 ''T가 아니라 'F'인 것 같다.


아까 말했듯이 오늘 날씨만 봐도 딱 성격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어디서 또 열불을 내고 있기에 이렇게 뜨겁고 더운 것이다. 바람에서 신의 뜨거운 공기를 가득 머금은 텁텁한 호흡이 느껴진다. "생각이라는 것을 좀 했더라면 이렇게 더울 리가 없었겠지!" 지금 화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더워서 지금 신 앞이라는 것을 잊을 만큼 생각이 증발해 버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신은 기대와 달리 공감형 인간관계 중심의 극 'F '타입인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에 엄청 관심을 갖는다. 그러고 보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인간관계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이 과연 무엇이관대 그토록 관심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거꾸로 신에게도 똑 같이, 아니 옛날에는 그 이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를 원했던, '관심종자'였다.


"뭐 '관종'이라고?" 신도 귀신같이 줄임말을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다 알아듣는다. 신이 아직까지 비속어를 썼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지만, 비속어를 배워 신이 인간에게 바로 쌍욕을 할 날릴 날가까웠는지도 모른다. 신은 의미를 완전히 풀어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 그 정도의 말은 그냥 흘려듣기로 했는지, 의외로 불같이 화를 내지는 않았다. 신은 확실히 받아들이는 포인트가 다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신이 "너 'T'야?"라고 놀림을 좀 받더라도 신은 'F'가 아니라 'T'여야 했다는 것이 나의 주관적이고도 우리에게 객관적인 생각이다. 즉 신은 감정이 아닌 이성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듯 세상사를 말끔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기에 이 세상에 문제가 얼마나 많았던가? 신이 인간관계와 공감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그눔의 사랑과 자비에 집착하는 사이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그런 신의 'F' 성격을 악용해 신에게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자들이 출연했다. 일찍이 신이 'F'인 것을 간파하고 역이용한 간악한 자들이었다. 신의 성격이 'T'였다면 어찌 그런 자들을 보고 그냥 두었겠는가? 극 공감 'F' 신이 나은 'F'학점 결과라고 볼 수밖에.


천국인지 지옥인지 연옥인지를 만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부터가 대단히 감정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큰 시설 자체를 운영한다는 것이 호황기 때나 가능한 일이었지 불황기에는 심각한 적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무리한 투자가 아닐 수 없었다. 다가 극단적으로 한쪽은 무슨 놀이동산 같이 꿈의 궁전이고 다른 한쪽은 그냥 감옥도 아니고 그야말로 본때를 보여주는 신병 훈련소였던 같은 것은 정말 신이 'F'인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은 'F'인 까닭에 감동받기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신이 부족한 것도 없으면서 굳이 인간을 만들어 그렇게 각종 '뇌물'을 요구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늘날이라면 '김영란 법'에 따라 신에게는 몇만 원 이상의 기부는 금지되어야 옳았다. 그런데 신이 원했던 것은 그러한 뇌물이 아니라 바로 '감동'이었던 것 같다.

무미 건조하게 그냥 만나지 말고 디올백이나 샤넬 화장품도는 서로 주고받자고. 신이 주는 감동의 선물에 비하면 그 정도는 인간도 해도 괜찮지 않냐고? 하지만 인간은 매번 세금처럼 공물을 대기가 좀 벅차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F'인 신은 실망도 자주 한다. 객관적으로는 인간이 약속을 어길 것이 뻔하고, 이번에도 신을 등 처먹을 것이 뻔한데도 괜한 기대를 하고, 그러다 실망을 크게 하고 화를 내고 죽이네, 살리네, 죽였다가 살리네가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은 말한다. 만약 신이 'T'였더라면 지금 인간이 과연 존재했겠냐라고. 분석적 논리적 'T' 신이 인간을 굳이 내버려 둘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더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그건 그렇다. 신이 무감정적으로 '맞다', '틀리다'의 객관적인 판단을 착착 내려왔더라면, 그때마다 인간을 착착 사형으로 처리하여 세상에 문제 따위는 생기지 아니하였으라.


그래도 그건 그거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신은 약간은 조울증적인 'F' 성격의 교정이 필요해 보인다. 더울 때는 한없이 더웠다가 추울 때는 얼어 죽을 것 같고, 흥겨우면 밤새 파티를 열고, 그것도 못해 공식적인 파티장 파라다이스 클럽을 만들어 무료 평생이용권을 뿌린 것도 지나치다 싶고, 그랬다가 열받으면 아직 지옥에 이르기도 전에, 미리 지옥을 맛보라고 헬 조선 급행열차를 태워 현실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지나치다 싶었다. 게다가 열받을 때마다 빌런은 왜 그리 마구 투하한 것인지, 웬만한 나라의 내놓라 하는 권력자며 부자들은 거의 빌런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T'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면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점에서 신은 거부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왜냐하면 신은 태초에 완벽한 'T'였을 것이라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신은 완벽한 과학이고 기술의 모체와 같은 'T'의 성격, AI를 능가하는 사리분별과 이성적 사고로 세상을 창조했을 것이다. 사실 자연은 얼마나 논리적으로 감정과 상관없이 창조된 시스템이던가? 그런데 바로 이러한 '완벽성'에 대해 신은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대로 너무 'T'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을 경계하여, 즉 "신 너님 T 세요?"라고 놀릴 것을 미리 알고, 신의 본성을 숨김채 'F'의 성격을 극대화하기로 마음먹을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랬다 해도 신은 조금은 'T'의 성격 자체를 너무 외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신이 갑자기 'T'의 성향을 보일 경우 놀림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신의 불문율이라 있는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접근 방법이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신과 인간 사이의 '과잉 감정 이상 증후군'을 생각할 때, 신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은 결정을 내려 만신창이가 된 빌런의 세상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또 감정적으로 세상을 한 번에 싹 쓸어버릴 드림 프로젝트, 또는 유한회사 파라다이스 클럽과, 주식회사 헬 조선을 합병시켜 초대형 헬 월드파크를 탄생시킬 극단적인 방법은 제발 제외하고 말이다. 그 대신 히어로를 좀 많이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기분 나쁘다고 빌런은 좀 그만 보내고. "히어로가 꼭 한 명이거나 직계 자녀이거나, 남자이거나, 건장한 서양인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여기서 신은 그리 동의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F'의 감성으로 볼 때 어로가 특별하지 않으면 인간들이 별로 공감하지 않거나 놀릴 것 같다는 전형적인 'F'의 걱정에서였다.


"놀림이 걱정되서라고요?",  "허참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 "다수의 양녀라면 좀 어떻습니까?" "능력이 좀 달리거나 좀 못생기면 어떻습니까?", "심지어는 사람이 아니어도 돼요. 이제 개나 고양이도 훈련을 받을 만큼 받은 것 같은데. 히어로로 한번 고려해 보시면 어떨는지요? 왜 스누피나 가필드괜찮던데요?"


아니다 원래 완벽한 'T'였던 신에게는 사실 다른 계획이 있을지도 모른다. 개나 고양이 정도가 아닌 훨씬 더 참신한 방법이 될 것이다. 기존의 동물이 아니라 새로 하나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 그것이 무얼까? 이를테면 식물 중에 자리고정, 소리금지 페널티를 해제하고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게 마블의 '그루트'라니, 신은 식상하다며 좀 더 상상력을 키우라고 응수했다.


그래도 'F'인 신의 성격이 좋긴 하다. 지금 이렇게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으니. 신이 'T'였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마지막은 극 'F'인 성격에 맞추어 칭찬도 하고 쌍 따봉도 날리고 엄지 하트도 그리며 신과의 관계에 신경을 쓴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어색한걸 눈치챘는지 신이 말했다. 


"너 'T'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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