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들도 느낄 것 같아요. 이유가 있어서 생겼을 텐데... 원인이 있겠죠. 이 세상, 잘난 사람만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니듯이 같이 지내보려고요. 나 살자고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들 죽이는 짓 안 할래요." (MBC 드라마 '오라라 공주'의 논란의 엽기 명대사 중)
오로라 공주
암도 생명이니 살아야 한다는 어느 드라마의 엽기 대사처럼, 수술만 하면뇌 속의 암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회복하여 돌아가 살 수 있는데도, 그렇게 갑자기 수술하고 퇴원해 버리면 앞으로 병원 돈벌이가 어렵고, 잘못하면 병원이 망할 수도 있으니 수술해 줄 수 없다는 말에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악성 종양 암 때문에 죽는 것보다 분노로 화병에 죽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다가는 암세포가 병원 전체에 다 전염되어다 병에 걸린 후, 결국 더 비참하게 망할 것이라고 일갈하며 귀싸대기를 날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의사란 놈은 아침저녁,밤낮으로 수술을 해 줄 것처럼 말을 바꿔가며, 그러나 정작 수술대에 나타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술이 겁나거나, 아예 불법으로 제약사 직원에게 대리로 수술을 맡겨 이제 수술을 할 줄 모르거나, 처음부터 의사가 아닌 무면허 가짜의사 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니 겉으로 햇살은 밝았지만 사람들 내면 속 공기는 싸늘했다. 카페에는 여전히 밝은 얼굴들의 손님들이 가득이고, 중국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바로 엊그제 갑작스레 이런 평화를 만끽하지 못할 뻔했는데도, 개모차에 탄 개든, 그 뒤를 걸어서 따르든 개든, 그 개모차와 개를 수행하는 인간이든, 악성 종양 암세포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천진난만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하긴 직접 내 몸이 아프지 않으면, 내 뇌에 악성 종양 암세포가 퍼지기 전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갑자기 끌려가서 매 세례를 맞고 피를 토하기 전에는, 일상과 햇살을 차단당하고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하기 전에는, 그것은 남의 일일 뿐이라서 고통을 실감하기는 어려운 일일수있다고도 여겼다.코로나의 격리가 쉽게 잊히듯이.
하얀거탑
그래도 악성 종양 암세포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더군다나 늦을수록 그 암세포가 뇌를 미치게 해 자해를 하고, 몸 전체에 퍼져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데, 암세포도 생명이라면서 암세포는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암세포에 함께 감염되어 암세포와 의사가 한 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다.
그것은 후대에게 적어도 한쪽 눈 하나, 팔 하나, 혹은 다리 하나쯤은 잘라내서 내어 놓아야 할 씻지 못할 죄인 것이다. 병원이 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암세포를 키우다가 결국 한쪽 눈, 팔, 다리를 잃게 되었다고 후대 자녀에게 원망 듣지 않으려면 당장 머릿속의 뇌종양을 하루빨리 수술해 제거해야 할일이다.그것을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는 '리스크의 제거'라고 부른다. 이런 암 리스크를 안고는 그 어떤것도 회복의 기대는 어렵다. 하얀 거탑의 의사는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해야할 수술은 하지 않은채 결국 제 몸의 암을 깨닫지 못하고 죽고말지 아니하였던가?오로라 공주도 모르는 세대에게 암세포도 생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엽기적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