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쿵쿵! 쿵쿵쿵쿵! 아침에 누군가 문을 부술 듯이 두들깁니다. 깜짝 놀라 몸이 움츠려 들고 털끝이 쭈뼛해지며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엊그제 칼을 들고 다 죽이겠다고동네를 배회했을 때 놀라 까무러칠 지경이었던, 그러다 도망쳤다는 그 놈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놈은 아직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았다는 이유와, 간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짧게 말하고 그냥풀려나버렸습니다. 요즘 그 미친놈 때문에 공포영화에서나 보던 공포를 며칠째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백주 대낮에 정신 나간 살인마가 동네를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뜬금없이 대문을 미칠 듯이 두드리는 꼴을 내 집 안에서 똑똑히 듣고 있는 것입니다. 덕분에 동네의 분위기는 초토화가 됐고, 다른 동네에서는 위험한 동네라며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고, 다 같이 미친 동네라고 외면하고 미친 저런 놈을 잡지도 않는다며 욕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천하에 미친놈이 사는 동네라고 소문이 나 슈퍼에는 생필품이떨어져 가고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평소에 욕을 쓰지 않지만 이런 놈에게는 그동안 아껴두고 숨겨뒀던 모든 욕을 죄다 풀어 퍼부어도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누가 저 뇌가 썩고좀비가 되어 목을물고 피를 빨겠다고 달려드는 미친놈을 제발 부산행 마동석 주먹으로 머리통을 날려주기를 바라고, 가미가제로 다 같이 죽자고 달려드는 총독부에 오펜하이머 핵폭탄을 투하하고 싶어 집니다. 그런데 이런 미친놈이 동네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잡아넣는 데에 반대하는 놈들이 더 문제입니다. 미친 살인마가 돌아다니면 그것으로 이익을 보고 미친놈과 마찬가지로 뇌가 썩어 언제든 좀비로 변하게 될 똑같은 놈들입니다.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는놈이 오늘 아침 다시 쿵쿵쿵쿵! 쿵쿵쿵쿵! 문을 부술 듯 두드리며 자신은 미친놈이 아니며 피가 필요하다며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옵니다. 정말 처음 보는 미친놈입니다. 이런 털끝이 곤두서는 공포감,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 겨우 아이유의 노래를 켜놓고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다. 여의도에 응원봉을 들고 나오는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미친놈일지라도 공포와 분노를 마술처럼 잠재우는 요술봉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