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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06. 2024

올림픽을 폐지하자

feat 파리 올림픽

올림픽을 폐지하자


심스럽지만 올림픽을 이제 백 년도 넘게 했으니 이제 그만하기를 권고한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올림픽을 반대하여 파리 올림픽에 날아가 에펠탑에 불을 지를 의사는 없다. 다만 문득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반올림픽주의자'가 돼 보는 것을 상상했을 뿐이다. '반올림피자'가 아니다. 


이는 올림픽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매너리즘에 빠진 장수 TV 프로그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림픽 기간에 드라마를 결방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도 한몫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스포츠와 드라마, 취향이 다 다른데 모든 방송에서 일부 경기, 그것도 특정 종목을, 일률적으로 중계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여전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는 것은 무척 기쁘고 흥분되는 일이지만-특히 한일전의 경우-올림픽에서 이기거나 졌다고 해서 그렇게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올림픽은 전쟁을 대신한 양상을 띠기도 기에, 한때 죽기 살기로 대리전을 치러야 하는 전쟁 같은 것이었으나, 오늘날 그 전쟁은 선수간의 경쟁일 뿐 더 이상 시청자의 전쟁은 아니다.


특히 오늘날 올림픽은 스포츠를 넘어 아이돌 경연대회의 양상을 보이는데 '프로듀스 101'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 '프로듀스 101'이 올림픽 경기 방식을 차용해 왔을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점은 놀랍게도 이 거대한 아이돌 경연 무대의 주최는 국가라는 점이다. 그래서 순위에 들면 군대 면제와 평생 연금과 같은 어마어마한  포상을 국가가 내린다. 안타깝게도 어떠한 분야에서도 이러한 파격적인 혜택은 아직까지 없다.

더군다나 프로듀스 101이 그랬던 것처럼  올림픽도 대부분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것만도 아니다. 심판들은 자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을 대놓고 하고 그래서 눈앞에서 메달을 강탈당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룰을 교묘하게 조장하여 아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도 한다. 그래서 올림픽을 보고 있으면 짜릿한 승리의 감정을 순간 느끼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불공평한 패배의 열받음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고통이 따른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그토록 메달에 집착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은메달 두 개가 금메달 하나 보다 못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계속 그렇다고 우기고, 동메달 세 개면 금메달 하나로 바꾸어 줄만도 한데 인정하지 않는다. 비슷한 종목에서 한 사람이 몇 개씩 메달을 따는 것도 문제다. 그게 그거인 종목에서 메달을 쓸어가는 것을 보면 참가자 확대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을 하나로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의 종목도 너무 변화가 없다. 돌이켜 보면 올림픽은 특정 종목을 정해 놓고 그것을 제일 잘할 때까지 특정 기술을 극도로 연마하는 것 같은데, 인간의 무궁한 잠재력을 일깨우려는 스포츠 정신을 생각해 볼 때 새로운 종목과 종목 간 융합을 통해 기술을 연마할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육상과 수영을 합치거나 날기를 추가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역시 올림픽을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이 대회가 엄청난 돈이 되기 때문이며 올림픽만 바라보는 선수들과 관계자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대표라고 하지만 직장인과 다르지 않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 프로 연예인화 된 스포츠가 더 이상 국가가 후원하고 전 국민이 드라마를 끊어가며 볼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메달을 못 따도 공정하고 스포츠맨십이 뛰어난 아마추어의 모습이 더 흥미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메달의 색깔로 한 인생의 성패와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단순한가?


그러므로 올림픽이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더 재미있다면 계속 선택을 받을 것이지만, 이제 더 이상 국가가 나서서 혜택을 줄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AI가 보기에는 올림픽은 인간이 하는 짓 중에 가장 의미 없는 경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데다가, 편파 판정과 축구처럼 정치적 경기의 장으로 변질된다면 올림픽에 핵폭탄을 떨어뜨리자는 제안도 심도 있게 검토될만할 것이다.


"야 금메달 이닷! 역시 쉽지 않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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