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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20. 2024

확률의 배신

feat 로또

당신은 사후 확률에 의해서 자동 심판받게 된다. 당신이 그 자리에 오르거나 어떤 것을 누릴 확률이 얼마였는데, 그 확률보다 더 높은 지위에 올랐거나 더 많은 것을 누렸다면 토해내는 식이다. 왜냐하면 주어진 확률 보다 더 많은 성취를 누렸다면 필히 불공정한 경쟁이 개입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확률보다 누리지 못했다면 보상받을 수도 있다. 빼앗겼거나 양보한 것의 보상으로서 말이다. 간단하고 공정하고 과학적이기까지 아니한가? 이 자동 심판 시스템을 신에게 곧 추천하고자 한다.


로또 당첨확률 814만 5060분의 1


확률을 믿는가? 확률은 과학인가? 그렇다면 확률에 의해 따박따박 팅하는 자들이 가장 성공하거나 부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확률게임이 아니다.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 오차 2% 어쩌고 저쩌고를 들어봤을 것이다.  95%에서 -2% 혹은 +2%로 일어날 확률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일이 일어날 확률은 무려 93%~97%에 이른다. 그러나 꼭 틀릴 확률 3%~7%의 일이 당신에게 일어나고 만다. 년만에 터진다는 화산이 꼭 하필 일본에 놀러 갔을 때 터지고, 오백년만 금융위기도 곧잘 당첨을 맞는. 이 확률의 개념은 특히 ELS라는 금융 상품을 가입하며 명확해졌는데, 돈을 잃을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1%도 안된고 했지만 기쁘게도 그 1% 하필 가입하였을 때 일어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자주 일어나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1%의 불운을 기회로 전환해 로또에 도전해 볼만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반대의 일은 이번에는 진짜 확률답게 절대 일어나디 않는다. 확률은 과학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찌 선택적 과학, 선택적 공정이란 말인가?


이는 노스트라다무스또는 신이 보낸 언자를 대신하여, 확률이라는 과학적 대체 예언자를 신봉한 인간을 혼내주기 위한 신의 확률 조작 같지만, 실은 조작단은 신이기 보다는 인간이다.


거대한 라스베이거스의 룰렛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당신은 어차피 조작된 확률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도박장에서 당신에게 공정한 규칙을 제공할 확률은 0에 가깝다. 따라서 절대 조작이 없다고 공언한 로또조차도 814만 분의 1이 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본다. 모든 게임은 그 운영자가 항상 더 높은 확률을 가져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뭐 하러 당첨의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겠는가?


그러므로 확률 게임에 되도록 참여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인생을 항상 가장 높은 확률, 이를테면 95% 신뢰 수준에 계속 배팅하면 결국 성공해야 하는데 반대로 폭망 하게 될 확률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예언자 또는 신의 예언이 인기를 끄는 것은 신의 질투가 니라 그런 이유에서다. 확률이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 확률은 항상 배신을 일삼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예언은 확률이라 변명하지는 않으니까. 틀리면 틀리고 맞으면 맞는 것이지.


안됐지만 당신이 성공할, 시험을 통과할, 이름 있는 작가가 될 확률은 현저히 낮다. 그러나 확률과 반대로 뒷걸음 질 치다가 쥐를 는 것이 확률과 다르게 자주, 종종, 말도 안 되게 일어나므로 높은 확률로 유혹하는 확률 게임이나 95% 신뢰 수준 ELS 투자보다 차라리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성취는 오히려 확률을 거스르는 자들의 몫일 때가 많다. 확률에 따르면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확률을 거스르다 실패해도 괜찮다. 곧 도입 확정인 사후 확률 자동 심판 시스템에 의해 그만큼 환불받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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