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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27. 2024

일찍 일어나 새가 벌레를 잡을까? 벌레가 먹힐까?

feat 새와 벌레의 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을까?

아니면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새에게 먹힐까?


흔히 부지런함의 미덕을 강조하는 이 말은 내가 절대 '벌레'가 아니라 항상 '새'라는 전제를 동반한다. 그러나 나는 멋있게 하늘을 나는 새이고 싶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 싫더라도 벌레 같이 하찮은 존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나든 벌레로 태어나든은 중요하지 않다. 새도 일찍 일어나 벌레를 잡으러 갔다가 다른 더 큰 동물에 의해 잡아 먹힐 수도 있고, 벌레도 알찍 일어났다가 큰 먹이 덩어리를 남보다 먼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생은 새도 되었다 벌레도 되었다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 들은 날개짓만 하면 하늘을 높이 날아 세상이 눈 아래 펼쳐 보이는 새의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날들은 땅바닥을 힘겹게 기어 다니고 있는 벌레의 때도 있다.


그렇다면 일찍 일어날 때와 그러지 말 때는 자명해진다. 즉 새의 때에는 일찍 일어나 벌레를 잡아도 좋다. 날개가 있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 한 바퀴 비행을 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그러나 반대로 벌레의 때는 일찍 일어나기를 삼가고 최대한 땅 밑이나 구멍 같은 곳에서 버텨야 한다. 부지런을 떨고 아침 일찍 기어 나와 봤자 잡아먹히기나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는 때를 잘 분간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망하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날개가 있는 새라고 착각하고 부지런히 투자를 일삼고 아침 일찍부터 무리하게 일에 뛰어드는 벌레의 경우이다. 그러나 벌레인줄 알고 아침 일찍 일어나자 않는 새는 배가 고플 뿐 크게 망하거나 잡아 먹히진 않는다.


그러므로 리스크 관리의 측면이라면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 편이 났다. 맛있는 것을 더 먹는 새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 벌레의 리스크 대비 효율을 생각할 때 차라리 덜 먹고 안 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날 늦잠만 잘 수 없는 일, 자신이 새인 때에는 과감히 아침 일찍 일어나 벌레를 잡아야 한다. 벌레뿐 아니라 생선회도 육회도 낚지 못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벌레인 때에는 천천히 일어나 아주 느리게 꿈틀꿈틀 걸어라. 새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말이다.


문제는 이 새의 때와 벌레의 때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새의 때인지 벌레의 때인지 어떻게 아냐고? 팔과 다리를 펼쳐 이리저리 흔들어 보면 안다. 당장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이 짱짱한가? 그러면 벌레다. 자중하고 조심하라. 짧은 발처럼 무력하게 흐물흐물 느껴지는가? 그러면 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날개를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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