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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04. 2024

신은 'J'인가 'P'인가

feat 'ISFP'

마침내 신이 휴가에서 돌아왔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신을 기다렸던 것 같다. 세상에 너무 빌런이 횡횡하여  마치 흑사병이 퍼졌던 시절의 절망에 버금간다고도 느꼈기 때문이다. 신이 돌아와서 뭔가 해주길 바랐던 거 같은데 신은 대단한 계획을 세워오기는커녕 어디 유니버스클럽에서 신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온 것 같았다. 새로운 계획과 충전으로 활기차 보이긴커녕 무척 피곤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의 사생활에 대하여 함부로 물어보거나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무엇을 하였건, 심지어 놀았건 계획이 없었건, 그건 전적으로 신의 휴가였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 대하여는 압축하여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나름 의의가 있었으므로 훌륭한 힌트를 귀띔해 준 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단테의 연구보고서가 채택되어 활용되고 있는지는 알  없으나 그 당시로서 단테의 보고서는 확실히 귀감이 될만했다. 하지만 오늘날 천국과 지옥 마케팅은 둘 다 당첨금이 매우 낮은 로또처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신의 현실에 대한 대응 주기가 빨라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돼서 까먹을 것 같은데 본래 주제였던 신의 MBTI를 다시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신이 'J'인가 'P'인가에 대한 성격 연구 보고서이다. 휴가에서 돌아와 주의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신에게 이번에는 MBTI의 결론을 알려주겠다고 떡밥을, 아니 친절하게 집중을 유도한다.


MBTI에는 원래 앞서 살펴본 'E'와 'I', 'S'와 'N', 'T'와 'F' 총 여섯 가지 분류에 따른 8가지 성격을 나눴다고 한다. 이후 'J'와 'P'를 추가하여 여덟 가지 분류법과 이에 따른 오늘날의 16가지의 성격 유형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P'는 인식형(Perceiving), 'J'는 판단형(Judging)이라고 하는데 간단히 말해 P는 충동적, 'J'는 계획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신은 누가 보아도 판단형 'J'여야 할 것 같다. 신이 충동적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판단하고 심판하는 것이 신이 아니던가? "신에게는 다 계획이 있구나?" 하는 "플랜맨, 아니 플랜갓 이미지가 신이 아니던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시 말하지만 신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상황을 통제하며 철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정리 정돈을 실시하는 융통성 없는 군대처럼 지휘하는 모습은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 그러한 것이다. 신의 능력으로 보아 그렇게 오와 열을 맞추고 계획을 미리 세우고 계획이 틀어지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혀 신 답지 않은 모습이다. 왜냐하면 신은 그러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뭐 약간의 획을 인간에게 미리 귀띔하여 주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상당히 구체적이지 않고 두리뭉실한 것을 보면 신이 결코 'J'가 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신은 결코 신속한 판단을 내리지 않으며 심판마저도 미루고 미루다가 가장 마지막의 순간에 하는 것이 바로 신인 것이다.


신은 보다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성격이다. 왜냐고 애당초 잘 살고 능력도 출중해서 그런다. 게다가 누가 신을 통제하겠는가? 그래서 함부로 신을 통제하려는 신의 대리자라 사칭하는 자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이다. 신은 항상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린 결말을 추구한다. 날씨만 보아도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일기예보를 어디 인간이 맞추도록 내버려 두던가? 신은 며칠부터 여름, 며칠부터 겨울, 이렇게 정해 놓지도 않고 한편으로 은 아주 제멋대로처럼 보인다. 이건 당연한 결과이다. 내가 신이라도 이렇게 할 것이다. 신이 인간에 얽매일 필요가 무엇이란 말인가? "네 맘대로다 이놈들아!" 물론 이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때로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뿐더러 인간의 목적성에 비하여 신이 잘 휘둘리지 않음으로 인해 전혀 효율적이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데 신뿐만 아니라 인간사 어디 계획한 데로 노력한 데로 딱딱 비례적으로 되는 일이 있던가? 로또는 결국 랜덤이지 않던가? 신의 계획은 랜덤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시 신도 처음부터 'P'였을 것은 아니다. 원래 신에게는 다 계획이 진짜 있었다. 그런데 중세의 실패와 같이 신의 계획이 악용되거나 군대와 같이 딱딱 재단돼서 운용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신처럼 권능을 갖게 될 경우 그 힘의 유지를 위하여 절대적 통제를 추구하는 존재라는데 큰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신은 왕과 사제를 모두 쓸어 버리고 조금 계획이 잘못되고 틀어지더라도 그렇게 인간을 몰아세우고 처벌하고 통제하기보다는 자율적인 방향으로 기회를 주고자 하기에 이른다. 이런 신의 자비가 반영된 결과가 바로 'P'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물론 때로는 신이 좀 나서서 계획과 통제를 통해 질서를 잡아주길 바라기도 하지만 방관에도 이유가 있는 법이다. 처음 말했던 신이 휴가 중 무계획으로 돌아와 세상이 아수라 백작과 같은 이유이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신이 직장 상사처럼 촉한다. 어느 순간 이런 관계가 되었단 말인가? 쉬고 오니 신이 확실히 자신감이 붙은 것만은 확실하다.


"신의 MBTI는 모험가 'ISFP'네요. 이는 진정한 의미의 예술가라 할 수 있지요" 신은 모험가와 예술가라는 말에 모두 만족하는 것 같다. 마치 신 아니면 누가 모험을 무릅쓰겠냐는 둥, 신이 만든 이 예술적인 세상을 보라는 둥, 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의외의 반응을 보여 당황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휴가의 효과다.


모험가형인 'ISFP' 신은 신만의 독특한 성격을 당연히 지니고 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격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열정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신이 아니면 누가 그렇겠는가? 그렇다고 신의 개성에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라고 신답게 겸손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신은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파라다이스클럽에서 함께 하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도-지금 연구보고서를 직장 부하처럼 작성하고 있는 필자도-기꺼이 받아들이고 신 또한 생각이나 의견을 바꾸는 데도 거리낌이 없으며 다른 사람도 그렇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은 동시에 내향적 성향도 지녔기에 사람과의 만남 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번 휴가라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모습을 이미 보고 있지 아니한가?


신은 예술성과 창의력이 넘치는 자유로운 영혼이기 때문에 사람 따위의 의견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신은 사려 깊고 통찰력이 뛰어난 성격으로, 다른 사람이 기분이나 생각을 쉽게 파악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쉽게 알아차란다. 이 때문에 비판을 받았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워, 너무 직설적인 비판을 받는다면 크게 화를 내기도 한다. 역시 지난번에 좀 몰아세웠더냐 불같이 화를 냈던 게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신은 과거의 상처나 좌절한 경험을 되돌아보는 대신 현재에 집중하며,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기보다는 현재에 가장 적절한 결정을 내린다. 이렇게 긍정적인 태도는 신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신은 소수의 사람들과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차분한 환경 가운데 맺기를 원할 때가 많다. 확실히 너무 소수의 사람들과만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긴 했다.


그러므신은 유연하며 엄격한 일정과 계획을 따르는 일을 좋아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신은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신의 계획이 아리송한 이유다. 이제 신의 성격을 알았으니 오늘은 단점은 아주 짧게 설명한다. 분명히 직설적인 비판에 화를 크게 낸다고 했으니까 살짝만 한다. 그러나 신의 성격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절대 고정적은 아니다. 성격이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화신. "어쩐지 나랑은 맞는 구석이 없어 보이는데? 과연 보완 관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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