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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11. 2024

신은 오빠야 언니야?

feat 젠더

신은 오빠야 언니야?


신은 박장대소 했다. 신은 오빠냐 언니야? 라니. 진심으로 크게 웃었다. 화를 크게 내면 어쩌나 노심초사, 한참 뜸 들였다가 아주 조심스레 물었는데 화를 내긴커녕 크게 웃고는 웃음을 멈추지 못해서 오히려 당황했다. 그런 질문은 신생 처음 들어본다라는 것이었다. 그런 게 왜 궁금하냐고?


궁금하다. 신에 대해 궁금하다. 신의 성격이 궁금하다. 그렇다면 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것도 묻지 않고 모르고 신과 사랑에 빠졌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신이 오빠인지 언니인지 모르고 어떻게 성격을 연구할 수 있겠는가?


요즘 시대에 인간에게도 벅찬 젠더 이슈라니 이거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긴 하다. 신만 해감당하기 힘든데 신의 성적 정체성은 무척 많이 버겁기만 하다.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전부터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은 그런 질문 자체가 인간의 이야기일 뿐이고 신에게는 그런 질문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정면돌파! 과연 신 답습니다요.


신의 성적 정체성은 그리스 신화 같은데 보면은 남신, 여신이 확실히 나뉘어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신이 더 이야기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화 이후로는 신은 더 확고히 남신적 경향성을 나타낸다.


이는 신의 성격으로 볼 때는 뭔가 인간을 힘으로 먼저 압도하겠다는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으리라 추정된다. 그 대신 인간에게는 신 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많았는데 신화에 보면 신은 체면 다 내려놓고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추근 데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남신과 여인 사이에 태어난 반신반인 슈퍼히어로가 생겨났다. 그에 비해 여신들은 신에 비해 힘이 현저히 달리는, 아무리 미남이라 해도 남인에게는 추근 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었다.


그러나 신이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탐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이후의 신의 모습은 철벽남 독신주의 성향을 보인다. 고도의 자기 관리를 통하여 여인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신의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슈퍼히어로도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다. 빌런이 판을 치고. 이제 신은 사랑의  화신을 자처하면사도 절대 여인과의 사랑은 금기시한다. 그래서 이율배반적 이게도 신의 새로운 가르침에 따르면 남녀 간의 사랑은 매우 편협한 사랑의 결과물로서 유혹에 빠진 정욕의 결과물로 취급받는다. 특히 성직자의 경우 여인 또는 남인과의 사랑을 참고 이겨내고 오직 신만을 사랑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한동안 삼아야 했다. 그런데 슈퍼히어로도 아닌 성직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다만 최소한의 욕구의 탈출구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일부일처 결혼은 가능하도록 허락한 것 같은이는 신의 최고 사랑의 덕목에 들기보다는 인간적 사랑의 한계를 인정한 위한 배려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신에 꽤 가까워진 인간은 스스로 결혼을 거부하고 알아서 독신주의 수도사적 삶의 태도를 보인다. 신의 입장으로 봤을 때  이러한 고도의 진화된 인간의 출현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것도 신의 뜻이지는 않을까?


다시 돌아가서, 신이 박장대소 배꼽이 빠져라 크게 웃은 이유는 사실 신의 성적 정체성을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은 빠질 배꼽이 없다는 것도 중요하게 덧붙여야 할 항목이다. 신이 배꼽이 있는 것을 들어 신의 탄생에서부터 여러 가지 억측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은 그동안 구축해 온 남성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것은 상당한 오해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신이 이제 힘으로 인간을 제압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의 전유물과 같았던, 예를 들면 하늘을 날고 파도를 일으키는 일은 이제 인간도 쉽게 한다. 인간은 반신반인 슈퍼히어로가 사라진 세상을 훌륭히 메꾸고 있다. 아직 지진과 태풍을 제어하지는 못하지만 물리적인 힘 만으로 따지면 인간은 이제 작은 신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신은 철벽남 독신주의 절대 수행의 코스프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슈퍼히어로도 꼭 필요하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여신의 이미지가 아닐까 제안한다. 아무리 인간이 앞서 나간다고는 하지만 아직 양성이나 동성의 신의 등장은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그동안 남신만 줄기차게 보내 왔지만 인간의 교화에 모두 실패하고 인간 세상에 빌런이 넘쳐 득세하고 있는 현실을 타게 하기 위하여는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여신의 카드가 유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제 신은 여신의 모습으로 이 세계에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여신의 모습이 자애로운 어머니의 이미지를 갖게 될지, 아니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신의 인기를 단숨에 만회하기 위해 인간의 마음을 홀딱 사로잡는 매력 넘치는 여신의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제 아껴뒀던 신의 딸을 보낼지 말지 신의 마음이겠지만 신의 정체성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무튼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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