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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3

feat 난카이 대지진

by Emile


후지산이 곧 폭발할 것만 같았던 2022년이었는데 벌써 2년이 지났네요. 그러나 후지산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쿨쿨 단잠에 빠져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 보다 센 놈이 나타났습니다. 대지진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번 지진은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라 부르더군요. 이는 마치 영화 '고질라'를 연상케 합니다. 괴물 한 마리가 잠잠하면 뜻하지 않게 다른 쪽에서 또 다른 괴물이 나타나는 식이랄까요. 혹은 일본에는 진짜 진격의 거인이 살고 있는 것일까요?

고질라

그러나 갑자기 일어난 대지진 같지만 이는 충분히 예고된 결과입니다. 이미 세계 여러 곳, 튀르키예(2023.2), 아프가니스탄(2023.3), 모로코 (2023.9), 인도네시아(2024.3), 대만(2024.4)에서 강진이 일어났었고, 이 힘과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지각판의 끝, 일본 난카이(南海) 해곡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으니까요. 가만히 보면 땅속에서 마치 커다란 괴물 벌레가 천천히 이동하듯 시차를 두고 큰 지진이 차례로 불의 띠를 따라 일어나지요. 이제 알다시피 지구의 지각판이 서서히 이동하며 충돌이 발생한 결과입니다. 그 충돌로 인한 거대한 에너지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고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있는 것이지요. 다만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오직 괴물의 마음에 달렸다고나 할까요.

진격의 거인

그 에너지는 이제 고스란히 일본을 향하여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특히 이 난카이 해곡과 일본 열도 부근은 필리핀, 유라시아 해판이 만나고 태평양 판까지 인접해 있는 곳이라 이 힘이 모이고 분출하기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은 규슈 동부부터 시코쿠 남부, 도쿄 서쪽 시즈오카현까지 600에서 900km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에너지 괴물 벌레의 마지막 종착지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신비로운 골짜기인 동시에 어둡고 공포감이 솟아나는 지옥의 갈라진 틈 같이 느껴지지요.

난카이 해곡(연합뉴스)

일본은 지난 2024년 8월 규슈 남동부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일어나자 난카이 해곡 거대 지진 주의보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2019년 난카이 해곡 지진 정보를 운용한 후 주의보를 발표한 첫 사례이기 때문에 일본 열도를 공포감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100년을 전후로 규모 8~9의 지진이 어김없이 찾아와 한꺼번에 20~30만 명이 몰사할 수 있다는 대재앙의 예언에, 이제 마치 올 것이 드디어 오고 말았구나 하는 예고편의 조치로 들렸기 때문이었지요.

일본 지진 시뮬레이션

그러나 난카이 협곡 쪽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와는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도쿄 부근을 직접적인 피해 지역으로 잡지 않아도 이 정도의 재해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도쿄 앞바다가 위치한 태평양 판이나 후지산의 밑동을 흔든다면 상황은 더 긴박해지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에너지 괴물 벌레의 진동을 생각할 때, 결국 지진의 에너지는 바로 옆에 위치한 후지산의 약한 고리를 건들고 말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에너지 괴물 벌레의 피는 지반의 가장 약한 부분을 뚫고 분출할 수밖에 없게 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잠자고 있는 후지산일 가능성이 높고, 괴물 벌레의 독이 가득한 검은 피고름은 열도를 덮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본은 수주 내를 위험한 시기로 잡았다가 주의보를 곧 해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괴물 벌레는 8월 중에도 대만, 러시아 캄차카 반도, 그리고 일본 여러 곳에서 잇다라 강진과 함께 출현하며 존재를 분명히 하였지요. 마치 서서히 범위를 좁혀오며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에일리언처럼 말입니다. 이럴 때 일본 정부의 발표는 거의 믿을게 못됩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의 대처에서 보여주었듯이 은폐와 회피에 급급하였으니까요. 지금도 다시 주의보 발령에 대해 과장되었다며 조사를 운운한 것은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 조치입니다. 아마도 화산의 분출 직전까지 숨기려 들려한다는 것을 예측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지진이 나고 후지산이 폭발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일본 스스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위험의 클라이맥스는 내년인 2025년을 그 가능성으로 봅니다. 어차피 전문가나 그렇지 않거나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기에 괴물 벌레의 마음에 달렸겠지만, 현재 지진으로 인한 에너지의 축척과 발현에는 꽤 시차가 있기 때문에 그 시기를 가장 가깝게는 1년여 후로 보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 이상의 기간이 물론 걸릴 수도 있는 일이고요.


그렇다면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동일본 대지진 때를 고려하면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일본 도호쿠 태평양 연안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월요일인 14일 닛케이225지수는 -6.2%, 화요일인 15일 -10.6%의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코스피지수도 10일 1981.58에서 15일 장 중 1882.09까지 100포인트 가량 떨어졌었네요.

그러나 반사이익 기대로 철강, 기계장비, 화학, 자동차 등의 주가 상승률이 10%를 웃돌며 코스피 지수는 같은 달 말에 2100, 4월에는 2200을 넘어서며 빠른 회복을 보이기도 했었지요.


난카이 대지진이 발생한다 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난카이 해곡 서쪽부터 동쪽까지 오사카, 효고현, 미에현 등에 파나소닉 등 반도체 공장이 있고 시즈오카현을 중심으로 화학 산업이 발달해 있으며, 아이치현은 도요타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가 있어, 반도체, 화학, 자동차 등 전 세계 제조업에 공급망 불안과 함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보이니까요. 특히 번도체의 공급망 부족이 가장 큰 이슈가 되며 대만과 일본 대신 한국이 대안르로 떠오르겠지만 마국은 이를 기회로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모두 들여놓으려 할 것이 뻔하지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 일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3월 17일 78.25엔까지 하락(강세)을 보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달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일본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에 나서면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80엔대에서 진정되었지요. 현재는 그때와 상황이 좀 다른데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긴축 정책에 나선 상황에다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협까지 있어 단기적으로 동일본 대지진 때와 같이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 캐리 트레이딩 청산이 가속화될 수도 있지만, 피해 규모가 더 광범위할 시 오히려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한다고 해도 난카이 해구는 한국 방향이 아닌 태평양 방향이고 후지산이 폭발한다고 해도 화산재의 방향도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 쪽으로 날아갈 것이기 때문에 다행히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난카이 해곡의 괴물 벌레도, 후지산의 진격의 거인도 조용한 데다가 엔저까지 더해 일본에 놀러 가기 좋았었지요. 그런데 일본에 아직 가지도 못한 채 괴물 벌레가 계속 출몰하고 진격의 거인을 언제 맞닥 뜨릴지 모를 위기에 처했기에 일본 여행은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듯싶습니다. 때마침 엔고로 돌아선 환율이 차라리 오지 말라며 신호를 보내주고 있눈것 같더군요. 지진과 화산재에 비하면 열대야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레는 크던 작던 싫고 괴물은 무서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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