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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an 24. 2022

IF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2

Emile의 여담

연초에 일본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 질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진짜 세계 각지에서 화산 폭발과 지진이 잇따르며 공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 2022년 1월 15일 남태평양의 섬 통가에서 역대급 화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화산재의 구름 기둥은 19.2km에 달했고 화산폭발지수(VEI)는 5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화산폭발지수(VEI ; Volcanic Exposivity Index)는 화산분출물의 부피를 이용하여 분출형 화산의 규모를 정의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VEI 4~6 이상이면 대재앙급 화산에 해당하게 됩니다. VEI 1 차이는 작은 차이 같지만 화산 분출량으로는 무려 10배의 차이에 해당됩니다.


통가 해저 화산 폭발 이후 최대 15m의 거대 쓰나미가 통가를 강타했으며 재와 연기가 반경 약 250km로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폭발은 통가 수도에서는 북쪽으로 65km 떨어진 섬의 수면 밑에서 일어났는데, 원래 이 섬은 훙가 통가와 훙가 하파이로 분리된 두 개의 섬이었지만, 2009년 화산 활동이 이어지면서 2015년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들어내 하나의 섬이 되었다가, 이번 폭발로 섬의 일부가 날아가며 두 동강이 났고 높은 지대만 남아서 다시 두 개의 섬으로 갈아졌습니다.


통가 화산 폭발 바로 전날인 2022년 1월 14일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근해에서 6.6 규모의 큰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는 약 200km 떨어진 자카르타에서도 1분 동안이나 진동을 느낄 수 있는 크기였지요. 자바섬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가 위치한 수마트라섬 바로 동쪽에 있는 섬으로, 유명한 화산대가 위치하고 지진이 잦은 지역입니다.


곧이어 2022년 1월 22일 일본 난카이 해곡에서는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의 가장 큰 섬인 혼슈의 남쪽 바다에 평행하게 형성된 해곡으로 필리핀해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 가 주기적인 대지진을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이 해곡의 지진으로 진앙에서 가까운 미야타키와 오이타현에서도 진도 5의 지진이 관측됐습니다. 특히 이 단층은 후지산과 도쿄 지진 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지역으로 경계하는 곳입니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30년 이내에 규슈섬의 미야자키현 동쪽 바다인 휴가나다를 진원으로 하는 규모 7 수준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70~80%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휴가나다는 난카이 해곡의 서쪽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과거에도 규모 7의 대지진이 반복적으로 일어났으며 지진의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힙니다.


지진의 규모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Richter magnitude)를 지진을 측정하는 기계 정도로 오인하고 있기도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 칼텍의 지질학자 찰스 리히터와 베노 구텐베르크가 지진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에 리히터의 이름이 붙여진 것이 이 척도 입니다. 이것은 지표면에서 측정한 지진의 정도를 표현한 것으로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래서 규모가 7인 지진은 6인 지진보다 50배 더 크고, 5인 지진보다는 무려 2천5백 배 강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규모 1의 차이는 작은 차이 같지만 이는 10배 차이를 나타내는 화산폭발지수(VEI) 보다 훨씬 더 큰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는 단순히 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땅속 맨틀에서 발생한 규모 7의 지진은 지표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지만, 지표 바로 아래에서 발생하는 훨씬 더 규모가 약한 지진은 더 넓은 지역을 폐허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후지산의 폭발의 경우 도쿄를 위협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본토에서 폭발한 1980년 워싱턴의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을 비교하여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인트 헬렌스 화산은 미국 워싱턴 주에 존재하는 활화산으로 지금은 2,550m의 높이로 시애틀로부터 남쪽 154km 지점, 포틀랜드로 부터 북동쪽으로 80km에 위치한 화산입니다.

1980년 위싱턴의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은 산의 북쪽 측면이 눈에 띄게 부풀어올랐지만 아무도 그것이 측면 폭발의 징조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화산의 북쪽 측면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양의 흙과 암석들이 시속 250km로 경사면을 따라 쏟아졌으며, 흘러내린 토사의 양은 맨해튼 전체를 120m 두께로 덮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는 히로시마 원자탄의 5백 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폭발하면서 살인적인 뜨거운 먼지를 시속 1천 km의 속도로 쏟아냈습니다. 이는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도망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였으며, 화산이 보이지 않아서 안전하다고 믿었던 곳에 있던 사람들조차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수십 명이 사망했고 그중에서 반의 시신은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30km 떨어진 곳에서 사망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세인트 헬렌스 산은 정상이 390m가 낮아졌고 600㎢의 숲이 살아졌습니다. 피해액은 27억 달러로 추산되고 거대한 연기와 화산재가 1만 8천 m까지 올라갔습니다. 폭발이 일어난 후 90분 후부터는 130km 떨어진 곳에서도 화산재 때문에 낮이 밤으로 변했고 자동차, 발전기 전기 스위치 장치 등 모든 기계에 이상이 발생했으며 보행자는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공기 정화 장치가 막히면서 결국 모든 것이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공항은 폐쇄되었고, 도시로 통하는 고속도로는 막혔습니다.

이 모든 일은 두 달 동안이나 위협적으로 분화하는 화산에서, 바람이 불어 가는 쪽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불과 1.5cm에 화산재에도 그랬다는 것입니다.

아래에 보면 왼쪽 아래 끝에 위치한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 규모가 다른 화산들에 비하여 얼마나 작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도시가 발달한 지역에서 터진 화산의 피해는 훨씬 더 규모가 상상 이상 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큰 규모의 화산 폭발에서는 물론이겠지만요.

화산폭발지수(VEI)로 비교한 화산폭발규모


도쿄는 이미 현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지진을 경험한 곳입니다. 1923년에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나 20만 명이 사망했고, 1995년에는 도쿄에서 서쪽으로 4백 km 덜어진 고베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일어나서 6,394명이 사망했습니다. 피해 규모는 99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도쿄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진의 피해와 규모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도쿄 지역은 관동 대지진 이후 100년 동안 에너지가 쌓여왔기 때문에 그 폭발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1923년의 도쿄 인구는 3백만 정도였으니 오늘날 3천만에 비하면 얼마나 큰 규모가 될 수 있을지 짐작할 만합니다. 경제적 손실은 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화산 폭발에 대하여는 화산 학자들이나 관측자라고 해서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형편없습니다. 세인트 헬렌스 화산 폭발을 처음 보고한 관측소에서 일했던 사람은 곧바로 사망했으며 시신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화산 지역에서 예측치 못한 과열된 화산재와 화쇄암으로 희생된 과학자와 기자들도 넘쳐납니다. 변덕스럽게 행동하는 화산 앞에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지요. 또한 실제로는 땅 밑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통가 화산만 해도 폭발하기 불과 나흘 전인 1월 11일에 더 이상 화산활동이 이어지지 않고 휴지 상태가 되었다고 발표가 있었습니다.


화산재는 봄이 되면 녹아버리는 폭설과는 다릅니다. 작물을 다시 재배 하려면 화산재를 어디론가 치워야 하지요. 뉴욕의 세계 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의 18억 톤의 잔해를 치우는 데는 여덟 달 동안 1천여 명의 인부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므로 화산재가 쌓일 경우 이를 치우는 일이 어느 정도 일까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화산재와 가스는 일시적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1991년에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은 이산화황 가스를 2천만 톤이나 뿜어내 전 세계 기온을 3년간 0.5도 떨어뜨렸습니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은 세계 기온을 5년간 1.2도나 떨어뜨렸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나 통가 화산은 분출 시간이 짧고 이산화황 분출의 양도 기후 변화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후지산의 경우는 역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조금만 화산재를 뿜어 내기를 바라야 할 뿐이지요.


통가 화산 폭발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위성을 이용한 일부 통신만이 가능하고 해저 케이블이 파손돼 인터넷이 끊겼다는 것입니다. 간과했던 사실이지만 전 세계 데이터의 트래픽의 95%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인공위성을 통한 비율은 미미한 정도입니다. 2009년에도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연구원들은 각종 자연재해가 해저 케이블을 쉽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특히 하와이는 해외 케이블이 몰린 곳이고 그러므로 세계 통신의 마비 확률도 높은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만일 후지산의 폭발로 이 해저 케이블에 영향을 받는 다면 어떨까요? 현재는 미국을 경유하지 않고도 중동, 유럽 국가들과 초고속으로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해저케이블이 개통되어 있으며 2018년에는 한국과 북미가 직접 연결된 해저망이 완공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화산 활동과 지진으로 해저 케이블이 끊어지는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되어 왔습니다. 2011년에는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으로 실제로 일본과 연결된 수많은 해저 케이블이 손상된 적이 있었습니다. 통가와 달리 한국이나 일본은 케이블 루트가 다양하여 후지산 폭발로 해저 케이블이 모두 끊길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인터넷이 끊긴다면 이것은 이전에 없었던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입니다.

해저광케이블 연결도


이번 통가 화산 폭발에서는 화산재에 덮이면서 빗물이 오염돼 식수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도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화산재는 기온의 변화와 더불어 농작물의 생장에도 영향을 미칠 요소로 농작물의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은 먹을 것과 마실 물이 문제이겠네요.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바람의 방향이 반대인 우리나라에 그 정도까지 영향이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일단 라면, 특히 물은 사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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