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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렇게 새로운 종교의 교인이 되고말았다

feat 메시아와 비트코인

by Emile

최근 믿음의 부족을 절실히 반성하며 새로운 종교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에 다다랐습니다. 교인으로 정식으로 등록하고 교리 문답을 통해 세례 비슷한 절차를 받지요. 무슨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이 아니냐고요? 요즘 최고위 공직자라면 필수라는 무속 아니냐고요? 톰크루즈가 믿었던 사이언톨로지일까요? 새로운 종교라 했으니 적어도 기존의 천주교, 개신교, 불교는 아닙니다. 아주 비슷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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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이 될 수 있는 교리의 문답은 대체로 간단합니다. "비트코인 믿습니까?" "예스! 넵. 하이소우데스네!"


어이없게도 밀라노 칙령과도 같았던 '비트코인 공인'에 대한 글을 쓰고도 실제로는 믿음이 한참 부족했음을 인정하지요. 아니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단계와 다를 바 없는 이 실체 없는 신흥 종교가 부흥하는 꼴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밀라노 칙령 이후 결국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이미 짐작하고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 신흥 종교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초기 사도가 되었다면 벌써 비트코인 재벌 성인의 반열에 올랐겠지요. 그 정도 믿음은 부족했어도 그냥 옆에서 따라다니기만 했어도 비트코인 천국의 열쇠를 얻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트코인 파라다리스에서 내려다보며 믿음이 부족하여 국장의 지옥에서 벼락 거지꼴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들의 여태 탈출치 못한 지능의 한심함을 비웃고 있었겠지요.


종교란 그런 것이지요. 그것이 실체가 있냐 없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요. 무엇보다도 믿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다단계도 믿음만 강하다면 절대 무너지지 않고 계속될 수 있지요. 지금도 그 믿음의 순위를 따라 수많은 신흥 알트 코인들이 권능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고요. 이미 비트코인의 열두 사도의 자리는 마감되었고 다른 알트코인에서라도 운이 좋다면 아직 추기경이나 주지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이지요.


그래도 아직 믿음이 부족했는데 결국 살아있는 메시아를 보고 난후, 이제야 스스로 세례를 받겠다고 코인 사원을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이 최대 신도를 자랑하는 사원인 듯합니다. 늦은 만큼 이 다단계 사다리의 맨 끝에서 시작해야 하지요. 처음부터 전 재산을 오직 믿음으로 헌납하였더라면 벌써 비트코인 성인의 반열에 들었을 텐데, 하지만 이미 비트코인 천국의 티켓은 매진인 듯 하지요. 하지만, "처음에는 미약하였으나 나중에는 창대하리라"라는 마치 비트코인을 두고 한 듯한 말씀을 기억하며 가진 돈을 헌납할 것이지요. 국장에서 완전 그지가 되어 지옥불에 떨어지기 전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요. 비트코인의 믿음을 통해 모두 다 부활해 낼 수 있을까요?


살아있는 메시아는 바로 트럼프 형이었습니다. 어제는 죄 많은 탕아(蕩兒) 아니 탕로(蕩老)처럼 보였는데 어찌 메시아가 될 수 있냐 하겠지만, 그는 신성한 달러의 죄사함으로 새롭게 부활했지요. 그가 당선되자 천사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비트코인의 바다가 쫘악 갈라져 물 위를 걷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 기적이 어찌 어메리카에서만 가능할 수 있나요?" 그 메시아의 빛 동방의 끝 자락에도 비출수 있기를 기도하지요. 메시아가 말씀하시길 "내가 곧 비트코인이요, 비트코인이 곧 나니, 나 비트코인을 믿으라!"라고 하십니다. 달러로 믿던지 원화로 믿던지 다 구원하시겠다고요.


역시 믿음이 상당히 부족한자는 메시아를 쉽게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가 총을 맞고도 살아났고, 하늘이 그를 택해 오직 비트코인만을 믿음의 척도로 삼았다고 하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국장의 지옥불을 미리 맞보지요. 무속을 신봉하는 지도자를 둔 비트코인 불신지옥의 죄의 값을 제대로 처맞습니다. 그래서 이 믿음이 부족한 자는 오늘 회개하고 비트코인 교인으로 등록하여 비트코인 시민으로 거듭나려 하는 것이지요. 어메리칸 아니어도 누구나 믿는 자, 비트코인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메시아 트럼프의 메시지를 따라서 말입니다.


난 이렇게 믿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종교의 교인이 되고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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