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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까칠함도 시들듯이

꽃도 그렇듯이

by Emile

날씨는 부드러운데 기분은 까칠합니다. 대체로 날씨와 기분은 동행하는 지표였는데 왜 틀어진 것일까요?

"이유요?" 이유는 없습니다. '기분'이란 그냥 그러한 것이니까요.

날씨가 그러하듯이 기분 또한 맑았다, 비가 왔다, 눈이 내렸다, 바람이 불었다 하는 것이니까요. 거기다 까칠함까지 추가요.

다만 '기분'은 계절이라는 게 없지요. 밤낮도 없습니다. 지대한 영향이야 물론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때때로 제멋대로이지요. 갑자기 부는 돌풍 같은 겁니다. 우박이지요. 산불입니다.


여하튼 까칠해진 오늘은 휴지를 두장씩 마구 뽑아서 손을 닦고, 길가다 담배빵 놓는 아저씨를 레이저를 쏴 뚫어 버리겠다는 듯 노려보고, 연결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콜센터에 전화를 연달아 걸지요. 이런 날은 불에 기름을 안고 뛰어드는 이들이 거짓말처럼 나타납니다. "앗뜨거!"


이러다 안 되겠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셔야 해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푸른 하늘과 넓게 펼쳐진 초록색 잔디밭을 보면 기분이 나아질 거에요요!

다행히 하늘은 물처럼 파래서 불을 끌만도 한데, 잔디밭은 황량한 갈색이더군요. 아아, 날이 따사해서 겨울인 것을 잠시 잊었습니다. 기분이 더 황량해 지지요.

파란 하늘빛은 불을 못 끄고 황량 갈색에 묻혀 빛을 잃고 말지요.


그런데 문뜩 꽃배달을 가는 할아버지를 봅니다.

"그래 꽃이라도 받으면 날씨가 아니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이라니요! 말도 안돼요. 그럴 리 없지요. 꽃을 왜? 뭐땀시? 누가? 미쳤다고?남사스럽게!

그러고 보면 까칠함을 끌 수 있는건 파란 하늘빛도 초록 잔디빛도 아닌 꽃빛이었나 봅니다.


지나고 보면 왜 그랬나 싶지요. 저녁이 되니 까칠함도 시들어 가지요.

꽃도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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