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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해 둘 구름 둘 포근 둘

믹스커피 같은 날씨로군

by Emile

"믹스커피 같은 날씨로군"

창밖을 보고 있으니 이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믹스커피 같은 날씨란 무엇일까요?

일단 구름이 프림처럼 있어야 해요. 맑아서 원두 같은 하늘색이 보이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구름이 시커멓거나 비가 내려서도 안돼요. 적당히 구름 사이로 가린 해가 커피 같이 있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춥거나 더워서도 안되지요. 설탕 같은 달달한 포근함도 있어주어야 합니다.

"해 둘 구름 둘 포근 둘, 믹스커피 대령이요"


요즈음은 믹스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는 이들도 많던데 둘둘둘의 법칙을 알기나 할까요?

현재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 아라(아이스 라떼)가 있다면, 한때는 둘둘둘,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이 있었었지요. 걔 중에는 설탕을 빼고 둘둘이나 프림은 하나 둘하나둘도 있었지요.

요즘 믹스는 그냥 정해져 있어 조절할 수가 없지만 대개는 물 조금 '믹스에스프레소'를 좋아하더라구요. 저는 물 많이 '믹스아메리카노'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습니다만.


믹스커피는 특히 산 정상에서 마시면 맛있지요. 캠핑에서도 환상입니다. 그러고 보면 자연에서는 믹스가 어울리나 보네요.

또 해외에서 마시는 믹스커피는 향수를 자극하지요. 해외의 꽤 많은 나라에서 믹스커피가 그렇게 귀하더라구요. 해외에서 믹스커피라면 그것은 행운이지요.


믹스커피가 지금이야 원두커피에 밀려 싸구려 커피 취급을 받고 있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인기가 대단하였다지요. 커피전문점에서는 믹스커피를 타 주었고 원두커피보다 더 선호되었으니까요.

믹스커피를 가능케 한 동결건조 방식은 첨단기술이었지요. 커피 혁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커피의 역사는 원두커피에서 믹스커피로 그리고 다시 원두커피로 회귀한 것이라네요. 다시 믹스커피의 시대가 올까요?


믹스커피는 일할 때 먹는 커피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날이 믹스커피 같은 날에는 밀렸던 일을 하고, 원두커피 같이 맑은 날에는 놀러 나가야지요. 원두커피가 윤활유라면 믹스커피는 얼지말라고 넣어주는부동액 같지요. 얼지 않고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요.


여하튼 믹스커피를 한잔 해야겠습니다. 믹스커피 같은 날씨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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