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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 : 날씨가 좋아지는 기분을 만드는 방법

어린 아이나 개가 아니라 어른도 가능

by Emile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고 우중충 합니다. 귀신이라도 나올 날씨라고 해야 할까요?

나와도 귀신보다는 좀비겠지요. 요즈음 그쪽의 트렌드는 역시 좀비거든요. 귀신들은 일자리를 잃은 지 오래이지요. 좀비한테라도 물려서 귀신도 좀비 자격을 따야 할까 싶다네요.

이런 날은 귀신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날씨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적당히 드러내지 않고 숨음직한, 적당히 기분이 안 좋은 척하는 날씨를 좋아하지요. 그것이 안전한가 봅니다.


이런 날이라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법이 있지요. 오늘은 전격 공개하겠습니다!

그것은 손을 마구 휘두르며 껑충껑충 걷는 방법입니다. 보기에는 좀 이상할 수 있는데 효과는 그만이에요.

손을 아래위뿐만 아니라 양 옆으로도 크게 흔들면서 걸으면 뭔가 춤이라도 추고 있는 듯 잔뜩 기분이 좋아지지요. 요점은 어색하리만큼 과장되게 팔을 내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 나간 듯 말이지요.


하나 더 필요한데 그러면서 껑충껑충 걷는 것이에요. 어린아이들은 신나는 일도 없는데 그렇게 걷곤 하지요. 어린아이가 지나고 나면 더 이상 기분 좋은 일은 없는지 그렇게 걷는 모습은 보기 힘들지요. 산책하는 개들도 그렇게 걷습니다. 주인은 그렇게 걷지 않는데 말이죠. 어른이 된 후로는 데이트 신청에 성공했을 때나, 드라마에서 키스신 이후에나 주인공이 그렇게 걷는 모습을 겨우 볼 수 있지요. 현실에서는 역시 쉽지 않은 일이지요.


어릴 적 두그덕 두그덕 말 타듯 걸었던 자세가 있는데 바로 그것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몇 발자국씩 박자를 맞추어 껑충껑충 걷는 것이지요. 평지보다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올 때 하면 아주 그만입니다. 익숙한 길 보다는 낯선길에서 그러면 더 좋구요.


이러면 기분이 좋아지는 원리는 추정컨대 착각인 것 같아요. 과장되게 팔을 내젓거나 껑충껑충 거리는 것은 정말 날아갈 듯 기분이 좋을 때나 하는 짓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몸이 먼저 하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 있나 보다' 하고 기분이 착각을 하는 것이죠. 조건반사 같은 거라 할까요?


주의할 점은 남이 볼 때, 특히 잘 아는 어른들, 상사들이 볼 때는 그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신없는 놈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특히 어른이나 상사들은 안전하게 드러나지 않는 오늘같이 흐린 날씨에 그런 튀는 행동으로 기분이 안 좋은 척하는 것을 깨는 것을 무척 싫어하지요. 마음으로는 팔을 휘저으며 껑충껑충 뛰고 싶어도 적당히 기분이 안 좋은 척 같은 어른으로서 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같은 종족으로 인식하고 공격을 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좀 껑충껑충 걸었더니 절뚝거리고 있네요. 무리했나 봅니다.

그래도 마음이 절뚝거리는 거보다는 나을 거예요.

기분은 과히 좋아졌거든요.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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